연초만 해도 '장밋빛'일색이던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최근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 부문도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미국경제를 떠받쳐온 소비지출마저 위축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외에는 호전되는 지표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5일 발표한 8월 서비스업 지수는 전달보다 2.2포인트 떨어진 50.09(예상치 54.0)로 지난 1월(49.6) 이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ISM 8월 제조업 지수도 50.5로 올들어 최저치로 추락했다. ISM 지수의 급락은 미국경제가 총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3월 110.7까지 치솟았던 소비자신뢰지수는 8월 93.5(전달 97.4)로 곤두박질쳤다. 해고자 급증,증시 약세 등으로 향후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급속히 약화된 결과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2분기 노동생산성도 1.5%(1분기 8.4%)로 급락했다. 올들어 경제지표들이 '호전압도(연초)-호전·악화팽팽(중반)-악화급증(최근)'으로 이행되면서 뉴욕증시 주가가 연초 대비 30% 정도 추락했다. 미국 경제력의 상징인 달러가치도 엔화 대비 10% 이상 떨어졌다. 대부분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시장은 그나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월 중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4.5%,신규주택 판매는 6.7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판매 호조에도 불구,건설 투자지출이 전월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부동산 상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장 수주는 아직까지 양호하다. 특히 지난 7월 수주액은 9개월 만의 최고 폭인 4.7% 늘어났다. 하지만 식품·의류 등 비내구재 부문의 경우 오히려 0.3% 감소하는 등 부문별 격차가 컸다. 실업률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 노동부가 6일 발표한 8월 실업률은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한 5.7%로 전문가들의 예상치(5.9%)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최악의 실업사태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다만 7월 소비자물가가 0.1% 상승에 그치는 등 인플레가 연초보다 다소 완화돼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