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획예산처로부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한나라당과 예산처리 당정협의는 현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원내1당의 정책조정 능력을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참석의원 대다수는 자신의 지역구 사업을 챙기는 발언만 쏟아내,예산처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날 회의는 시작되자마자 예산부족으로 진척이 없는 포항∼삼척간 '동해중부선' 철도건설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경북 포항 출신의 이병석 의원은 "기획예산처라면 치가 떨린다. 3년 전부터 얘기했는데 지난해에야 고작 40억원 책정됐다. 현 정권 들어 서해안 쪽은 퍼부으면서…"라고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여과 없이 토로했다. 노기등등한 이 의원은 "두고보자"란 말을 수차례 반복했고,인접 지역구(봉화·울진)의 김광원 의원도 "북한과 합의된 철도는 금방 건설해 준다면서요"라며 거들었다. 그러자 다른 의원들의 민원성 주문이 줄을 이었다. 안경률 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은 부산항에 대한 '특별배려'를 요청했고,고향이 경북 안동인 박세환 의원은 "내년 개최예정인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반납위기에 처해있다"고 엄살을 떨었다. 급기야 이상배 정책위의장까지 나서 "내년 예산은 편성정부와 집행정부가 다르게 될지 모른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고,장승우 예산처장관은 "이들 사업이 예산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예봉 피해가기에 급급했다. 회의는 그나마 박종근,임태희 의원이 예산안의 미진함을 추궁,체면 치레를 할 수 있었다. 박 의원은 "조세부담률은 왜 한줄도 없느냐"며 공적자금 상환에 따른 국민부담 증가분에 대해 따졌고,임 의원은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세가 필요하다.수해복구를 위해 추경을 추가편성할 것이 아니라 올해 미집행 예산의 10%(약 3조원)로 재원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