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송골 맺힌 포도가 탐스럽게 익어 가는 가을. 안성을 지나자면 포도의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20분이면 도착하는 유기의 고장, '안성'은 최근 몇 년간 눈부신 변화를 거듭한 곳이다. '안성맞춤'에서 예술적 향취가 물신 풍기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전래의 것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안성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은 '안성유기공방'과 '남사당 전수관', 그리고 매 2, 7일에 열리는 '안성 5일장'이다. 안성맞춤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만큼 유명한 안성의 유기공방은 안성 장터에서 1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안성맞춤유기공방(031-675-2590)은 무형문화재 김근수옹이 1946년에 시작한 곳으로 지금은 아들 김수영씨가 그 맥을 잇고 있다. 미양공단 내에 자리한 공방에서는 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통의 방법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한편 반기계화하여 작업하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는데, 시내의 판매장에서 다양한 유기상품을 전시, 판매한다. 장날에도 독특한 유기 공예품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안성5일장은 조선시대 전주, 대구와 함께 서울의 관문으로 3대장으로 손꼽혔을 만큼 규모가 컸었다. '한양장보다 한 두 가지는 더 있다'고 자랑할 만큼 물건이 많고 싸기로 유명했다. 지금도 안성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Y자로 형성되어 있다. 아직도 5일장의 풍취가 살아있다. 보개면 복평리에 자리한 남사당 전수관(031-675-3925)은 사라져 가는 남사당패의 풍물놀이를 재현하고 전승하는 곳. 안성 최고의 전통놀이인 남사당 풍물놀이를 배워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전수관 앞마당에 황토를 다져 만든 야외 무대에서 남사당들의 놀이 한마당도 접할 수 있다. 요즘은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안성 바우덕이 축제(www.baudeogi.com)'에 올릴 공연을 준비중이다. 오전 10시 30분, 오후 3시 두 차례 연습을 하고 있어 축제가 열리기 전 공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주말에는 공연이 없다. 현대적인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곳도 다양하다. 먼저, 남사당전시관과 마주하고 있는 아트센터 마노(031-676-0756, www.mahno.com)를 돌아보자. 거꾸로 서있는 듯 설계된 독특한 건물에서 열리는 전시회와 주말에 개최되는 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9월에는 '누드 드로잉전'이 기획 전시되고 있다. 정원의 자연스런 구릉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자연으로 유도한다. 어느 곳에 앉아도 중앙을 향해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간간이 열리는 음악회의 객석 노릇을 한다. 안성이 좋아 이곳에 내려와 흙집을 직접 짓고 살기 시작했다는 홍신자의 '웃는돌(031-675-0661, www.sinchahong.net)'은 야외공연장과 소극장을 갖추고 있다. 연중 비정기적으로 물 단식, 포도 단식, 명상 캠프, 마사지 캠프, 흙집 짓기 워크샵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화캠프를 할 수 있는 너리굴 문화마을(031-675-2171, www.oemma.co.kr)도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공간들이 안성의 곳곳에서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문화의 달 9월에 가을맞이 여행을 떠나기에 적격인 곳으로 안성을 추천하는 이유다. 글=한은희(객원기자) [ 가볼만한 곳 - 古刹 '칠장사' ]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위치한 고찰 칠장사는 일곱 도적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독특한 사찰이다. 벽초 홍명희의 소설 에서는 주인공 임꺽정이 이 곳에 숨어 지내며 도사가 된 갖바치로부터 무술을 배운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임꺽정이 하산 할 때 갖바치에게 말을 한 필 선물 받는데, 그 말의 이름 역시 '칠장'마이다. 드라마 '임꺽정'도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널찍한 절 마당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는 칠장사에는 많은 유물들이 간직되어 있어 '절'이라기 보단 '보물창고'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하지만 무엇보다 칠장사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칠이 벗겨져 고목의 투박한 빛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오래된 기둥과 낡은 외벽이다. 죽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칠장사로 향하는 마을 버스가 하루 세 번 있다. 문의: 칠장사 031-673-0776 [ 맛동네 - '안일옥' 곰탕 ] 안성장터에서 유기공방 쪽으로 약 7백m떨어진 곳에 위치한 '안일옥'은 곰탕으로 잘 알려진 맛 집이다. 80년 동안 3대에 걸쳐 이어 내려온 손맛을 자랑하는 이곳의 대표메뉴는 곰탕이다. 신선한 사골을 푹 고아 내는 맑은 국물이 구수하고 담백하기 그지없다. 가격은 4천5백원. 이 밖의 추천 메뉴로는 꼬리곰탕과 수육이 있다. 안일옥은 그 역사를 말해주듯 벽면 가득히 안성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사진을 보다 보면 어느덧 안성의 근대사를 알게 된다. 영업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연중무휴, 주차가능, 문의: 031-675-2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