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눈높이' 맞출때"..학습지업계 1위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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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49년 경남 진주
72년 건국대 농화학과 졸업
75년 한국공문수학연구회 창립, 86년 대교 대표이사 사장
현 대교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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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중 대교그룹 회장(53)의 명함엔 '회장' 직함이 없다.
그저 '姜榮中' 이름 석자와 서로 이름을 부르기가 어색해진 때부터 그의 지인들이 붙여준 아호 '鳳庵(봉암)' 두 글자가 찍혀 있을 뿐이다.
"내가 원래 타이틀을 싫어해요. 뭐랄까. 사람들이 내가 아닌 내 이름 뒤에 걸려 있는 직함만 바라보는 느낌이 싫거든... 회장이든 뭐든 나는 나 아닙니까. 내 능력이나 됨됨이가 직함따라 변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는 너무 직급을 중시해요. 외양이나 형식보다 그 사람의 내면 가치가 훨씬 중요한데..."
사람의 외형보다 실제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가치관.
바로 수준별 교육을 표방하는 대교 '눈높이 교육'의 근본 이념이다.
강 회장이 교육사업에 뛰어든 것은 나이 서른도 채 안됐을 때인 지난 76년.
당시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공문(公文)수학'을 한국에 도입, 서울 종암동에 한국공문수학연구회를 세운게 시작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공부는 무조건 선생님 말씀을 일방적으로 듣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학생의 입장에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아이의 능력에 맞게, 수준별로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눈높이 교육은 대성공이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 즉 '소비자'를 중시하는 대교의 교육 철학과 경영 전략이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어필한 것.
창업 당시 3명이었던 회원은 26년이 지난 지금 무려 2백34만명(지난 6월 기준)으로 불어났다.
물론 시련도 많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째인 지난 80년 갑작스럽게 내려진 과외금지조치가 그 첫번째다.
강 회장은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기존 그룹과외식 교수법에서 벗어나 교사가 직접 학생집을 찾아가 지도하는 '가정방문식' 교수법을 도입,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
하지만 5년 뒤 또 한번의 고비가 찾아왔다.
파트너였던 일본 구몬수학이 과다한 로열티를 요구하며 상표를 '공문'에서 일본식 발음인 '구몬'으로 바꾸라고 압력을 가했다.
이 때도 강 회장은 정면 승부를 통해 홀로서기를 하는 계기로 삼았다.
86년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만든 고유 브랜드가 바로 '눈높이'.
엄청난 모험이었지만 결국 '눈높이'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대교를 연매출 6천8백억원(2001년)을 올리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강 회장은 작년 송자 전 교육부 장관(66)을 (주)대교의 회장으로 영입한 후 일선 경영에서 물러났다.
"흔히 창업자가 빠지기 쉬운 몇 가지 독단이 있습니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아집과 무슨 일이든 과거 경험에만 의존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그것이죠. 진정한 기업가라면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합니다. 이제는 주주의 한사람으로서 경영인들에게 기업을 더욱 성장시키라는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최근 한 대주주 지분정보 제공업체가 보유주식을 근거로 발표한 '2002년 한국의 1백대 부호'에서 9위(지난해 기업 순자산 기준 추정 재산액 5천1백60억원)에 선정됐을 때도 그랬다.
보통 사람 같으면 "축하한다"는 주위 인사에 "고맙다"며 의례적인 답례를 했겠지만 그는 경영진을 모아 놓고 "적어도 은행 이자만큼은 회사가 순익을 내야 한다. 그게 주주에 대한 경영자들의 임무다"라는 훈시를 잊지 않았다.
강 회장은 포화상태에 달해 고속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여겨지는 학습지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학교교육만으로는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를 맞추기 힘듭니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평생 교육을 실현해 나가는 게 대교가 할 일입니다. 온.오프라인을 묶어 우수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교육서비스 산업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1등 교육기업으로 자리잡았으니 이젠 세계와 눈높이를 맞춰 갈 때죠."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