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미래大國 인도 드라마..安忠榮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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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군나르 뮈르달은 그의 명저 '아시안 드라마(1968)'에서 인도의 빈곤과 경제발전 문제를 한편의 드라마로 분석하고 있다.
드라마는 일반적으로 현실의 모순성,그 속에서 추구되는 이상,양자간에 일어나는 갈등과 긴장,그리고 반전과 클라이맥스로 이어간다.
앞으로 20년 안에 중국을 능가할 인구대국이자 절대빈곤국인 인도에 경제발전을 위한 역동적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다.
인구 10억이 넘는 인도를 말하면 우리는 먼저 광범한 '빈곤의 늪'을 연상한다.
뭄바이의 거리에서 목격한 수많은 노숙자들은 목불인견의 처절한 모습이었다.
힌두어 외에 14개의 공용어,아리안족을 필두로 다양한 종족,전통적 계급제도,힌두교와 타종교의 갈등 속에서 인도는 사회주의적인 계획경제를 추구해 왔으나,오랫동안 저발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세계 어느 국가에 못지 않은 고급 두뇌들을 배출했다.
70년대 초반 미국을 방문한 인디라 간디 수상은 "인도 출신의 수많은 고급 인간자본들이 과학자 엔지니어 의사 변호사 교수로 활동해 미국의 힘을 세계 제1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미국은 인도에 대한 경제원조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도는 1991년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고 갔던 외환위기 이후 사회주의형 계획경제운용을 벗어던지고,시장경제 원리를 중심으로 과감한 개혁·개방정책을 펴는 한편 국영기업의 민영화,규제 완화 등 본격적인 경제자유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마침 정보기술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도의 수많은 인재들이 IT(정보기술) 전문요원으로 변신해 'IT강국'으로 세계경제에 등장하고 있다.
아시아가 외환위기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을 때 인도는 연평균 6%의 고성장을 이룩,투자가치에서 세계적 이머징 마켓으로 등장하고 있다.
인도는 한반도의 15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에 석유 천연가스 석탄 철광석 등 풍부한 미개발 지하자원,그리고 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있다.
인도의 광대한 내수시장,그리고 고급인력을 겨냥한 미국 영국 등의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90년대 후반부터 매년 1백억달러에 이른다.
내년이면 한·인 수교 30주년이 된다.
작년 양국간 무역규모는 25억달러에 이르렀고,우리나라의 대인도 투자는 승인기준으로 25억달러에 달해 대인도 투자 4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필자는 재작년 인도 마드라스에 진출한 현대자동차 인도공장을 보면서 감명을 받은 바 있다.
인도에 심은 '한국형 경영모델'에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표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성장 잠재력을 고려할 때 인도는 앞으로 중국만큼이나 중요한 경제교류 대상국이 될 수 있다.
특히 IT산업에서 한국의 하드웨어와 인도의 소프트웨어가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그와 같은 윈윈 효과를 우리는 국제정치 역학구도에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미·일·중·러에 치중한 4강 외교 외에,'멀리 있지만 영향력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언젠가 있을 통일 과정을 놓고 볼 때 '멀리 있는 원군'도 큰 힘이 된다.
마침 최근 이기호 대통령 특보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현지 정유공장과 발전소,SOC부문,CDMA 등 IT분야에서 모두 50억달러가 넘는 플랜트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대서남아 진출 확대에 새로운 물꼬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온라인 상에서 양국간 정보를 체계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지식 공유네트워크를 만들고,한·인 경제협력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한·인 경제연구회'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견원지간에 있는 중국과 인도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증진 방안을 논의하는 상례적 학술대회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일찍이 아시아에 빛나던 한국,그 등불 다시 켜는 날,동방의 빛이 되리라"고 기렸다.
뮈르달의 지적대로 무대의 드라마는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제발전 드라마는 인간 의지에 따라서는 반드시 빈곤의 영속성이라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한국에서 발견했고,앞으로 인도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cyahn@kie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