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수난을 겪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증시 폭락과 기업회계파문이 맞물리면서 증권당국의 조사가 진행되자 연봉 1천만달러 이상을 받던 스타급 애널리스트들이 잇따라 월가를 떠나고 있다. 올해 초 뉴욕주 법무부가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와 "인터넷의 전도사"로 불렸던 간판급 애널리스트인 핸리 블로지드를 조사하면서부터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지난 98년 아마존의 주가가 4백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던 블로지드는 개인 e메일에선 '쓰레기주'라고 혹평한 인포스페이스 리얼미디어 등을 공식 보고서에서는 '매수' 추천한 사실이 드러나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그뿐만 아니라 메릴린치는 투자자를 오도했다는 점 때문에 1억달러의 벌과금을 당국에 냈다. 블로지드 파문은 외견상 봉합됐으나 추락한 대외 이미지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사의 그릇된 업무관행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살로먼스미스바니(SSB) 등으로 조사 대상은 확산됐다. 지난 8월 SSB의 애널리스트인 잭 그럽먼이 사임한 것도 SEC의 조사와 무관치 않다. 그럽먼은 SSB의 모기업인 씨티그룹이 투자한 윈스타커뮤니케이션의 실적을 부풀려 투자자를 오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윈스타는 지난해 4월 파산했다. 그럽먼은 또 월드컴,글로벌크로싱 등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통신 기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월드컴은 미국의 분식회계 파문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분식회계 파문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씨티은행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블로지도와 그럽먼은 기술주 붕괴로 엄청난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언제 기소될지 모르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들과 함께 닷컴주 열풍을 이끌었던 모건스탠리의 메리 미커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특정업체에 대한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좋게 낸 이유는 그들의 연봉이 투자은행 업무에 따른 수수료수입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즉 기업공개 채권발행 등의 업무를 맡기 위해 우호적인 보고서를 써야만 한다는 것.이에 따라 SEC는 지난 5월 과장된 보고서로 투자자를 오도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애널리스트가 투자은행 업무와 관련해 우호적인 의견을 내거나 상응하는 보수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선 여전히 선망받는 직업 중 하나다. 그루브먼은 회사를 떠나면서 3천2백만달러 규모의 퇴직금을 받았고 블로짓의 퇴직금은 2백만달러에 달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애비 코언이나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바톤 빅스 등은 세계의 금융시장인 월가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