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기업가치 분석...증시 주무르는 '파워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억대연봉을 내건 스카우트전쟁과 작전 개입,그리고 증권당국의 불공정거래 조사".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외견상 별개 사안들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는 애널리스트의 슈퍼 파워를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을 지녔다.
지난7일 이른바 증시 "작전"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대신증권의 정윤제 수석연구원(41)의 케이스를 계기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연 누구인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말 한마디에 주가를 춤추게 하는 증권업계의 파워그룹이 바로 이들이다.
◆증시 주무르는 파워맨=애널리스트는 한마디로 상장 또는 코스닥등록 기업의 값을 매기는 일을 맡는 증권사 직원이다.
이 '값'은 '적정주가'라는 말로 표현한다.
기업의 사업내용,재무상황,경영자의 자질,외부 경영환경 등 대내외 변수를 종합적으로 파악,현재의 기업 가치를 제시한다.
이 가치가 지금의 주가보다 높다면 '매수'의견을 낸다.
그 반대라면 '중립'이나 '매도' 판정을 내리는 일도 애널리스트 본연의 업무다.
이들이 내놓는 분석보고서는 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
올 5월 발생한 UBS 워버그증권의 '삼성전자 보고서 사전유출사건'은 애널리스트의 위력을 실감케 해준 대표적 사례다.
투자등급을 2단계 내린 리포트가 나온 발표 당일 외국인은 5백21만주의 삼성전자 주식를 쏟아냈다.
그 바람에 삼성전자 주가는 8%나 폭락했으며 기술주가 동반하락하는 악몽을 겪어야 했다.
◆억대연봉 받는 전문직=증권사들은 경쟁력 차원에서 애널리스트들이 포진하는 리서치조직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3년 전 30~40명 수준이던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현재 50~60명선으로 커졌다.
최근엔 투신사 등에서도 자체 리서치 조직을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이는 1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증시를 외국인이 좌우하듯 애널리스트 세계에서도 유학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임춘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버클리대,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이다.
이근모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워싱턴주립대에서 공부했다.
최근 입문하는 해외파 중에서도 미국동부의 명문대 출신이 많아지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신입사원 중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MBA를 받은 이가 2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중 상당수는 애널리스트로 배치될 전망이다.
거액 연봉자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른바 '스타탄생'의 무대가 되는 곳도 바로 애널리스트 세계다.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A급 애널리스트의 경우 대부분 2억~3억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귀띔한다.
반도체 업종에선 최석포(우리증권) 전병서(대우증권) 우동제(현대증권),금융은 조병문(현대증권) 백운(삼성증권),통신에서는 정승교(LG투자증권)씨 등 업종별 대표주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높아진 위상과 그늘=최근 회사를 옮긴 모 증권사 반도체 담당 C연구원은 연봉 외에 이적료만 3억원을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 미래에셋증권 등 중형사는 물론 대형 증권사까지 리서치조직을 강화하면서 올 들어 회사를 바꾼 애널리스트가 임원급을 포함,50명에 육박하고 있다.
모 증권사 통신담당 애널리스트는 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경영자문'까지 해주고 있다.
어두운 측면도 있다.
애널리스트 본연의 업무는 기업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것이긴 하지만 당장 매수추천한 종목의 주가가 움직이지 않으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말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휴맥스에 대해 매수추천을 냈다가 당일 공교롭게 외부악재로 인해 주가가 하한가로 곧두박질치면서 적잖은 곤욕을 치렀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