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도 멀티플레이어 時代] 한우물 파기 옛말...영역파괴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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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 부회장,기아자동차 법정관리인,한국 바스프 회장"
유종렬 한국 바스프 회장의 약력이다.
중공업,자동차,화학업종을 드나들며 최고 경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 회장은 한 때 대우자동차 법정관리인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최근 동부한농화학 대표에 오른 신영균 사장의 전(前) 직함은 대우조선 사장.
배를 만드는 회사 사장에게는 전혀 어울려보이지 않는 기업의 최고사령탑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했다.
업종간 벽을 넘어 낯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는 최고 경영자(CEO)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해당 업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CEO의 필수조건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면서 한껏 자신의 성가를 과시하고 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외환위기 직후 동원증권사장에서 주택은행장으로 전격 영입됐지만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국민은행과의 합병도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통합은행 초대 은행장자리까지 차지해 증권맨 출신이란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다.
반면 도기권 신한굿모닝 증권사장은 시티은행 최연소 지점장 기록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은행맨 출신.
업종을 넘나드는 이들 CEO의 공통점은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체득한 해박한 경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관리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이다.
경영위기에 봉착한 기업의 회생을 담당할 "구원투수" 역할을 맡은 경우도 많다.
최근 대우전자의 가전,영상사업부문을 인수할 대우모터공업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충훈 사장은 화섬 중공업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는 효성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 출신.
워크아웃 기업인 대우전자의 회생을 책임질 적임자로 김 사장이 낙점된 것은 외환위기 당시 효성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보여준 관리능력 때문이라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대우실업으로 입사,대우전자에서 해외영업까지 맡은 "전력(前歷)"도 감안됐다.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옛 성미전자) 사장도 한국전기초자 사장 당시 보여준 탁월한 기업회생의 노하우를 높게 평가받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으로부터 스카웃된 케이스.
서 사장은 97년 부도직전의 한국전기초자를 3년만에 상장기업 최고의 이익률을 자랑하는 우량기업으로 키워냈다.
서 사장의 퇴임이 알려지자 한국전기초자의 주가가 급락했을 정도로 시장에서의 평가도 남달랐다.
대우그룹의 마지막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낸 정주호 사장은 LCD전문업체인 우영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우영의 중국진출 등을 추진하면서 활발한 경영행보를 내딛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 사장들중에서도 업종을 불문하고 경영능력을 과시하는 인물이 적지않다.
삼성의 경우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유리를 만드는 삼성코닝정밀유리의 대표이사 홍종만 사장이 대표적인 케이스.
제일모직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반도체통신부문과 정보컴퓨터 본부장,삼성화재 대표,삼성자동차 사장 등 제조와 금융을 넘나들고 있다.
올해 삼성코닝을 맡은 송용로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명함을 갖고 있었고 이전에는 삼성SDI 사장을 지냈다.
서울 신라호텔 총지배인인 김 인 부사장은 지난해까지 삼성SDI에서 디스플레이 영업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올해초 동부전자로 자리를 옮긴 윤대근 사장은 동부제강 출신.
88년 동부제강 상무에서부터 부사장을 거쳐 93년도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서울대 토목공학과,캘리포니아 대학원 교통공학 석사라는 경력도 이채롭다.
현대차그룹에선 현대자동차 사장을 지낸 이계안 현대카드.현대캐피탈 회장이 대표 케이스.
관리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아온 이 회장이지만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하는 등 사업확장에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충근 연구위원은 "단지 업종전문성을 가졌다는 사실보다는 검증된 경영기법과 관리 노하우가 더욱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추세"라고 풀이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