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등록사의 여유자금이 투신사 초단기 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로 몰리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 LG SK 등 3개 대그룹 계열 상장(등록)사들이 8월 이후 지난 6일까지 계열 투신운용사의 MMF에 맡긴 자금은 총 8천9백42억원에 달했다. 삼성그룹에선 삼성전자 제일기획 삼성코닝 삼성종합화학 에스원 등이 삼성투신 MMF에 일시 여유자금을 맡겼다고 공시했다. LG그룹의 LG건설 LG상사 LG생명과학 LGEI LG텔레콤 LG마이크론 LG홈쇼핑이 여유자금을 LG투신운용의 MMF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의 SK와 SK건설도 MMF를 통해 여유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계열 투신사가 없거나 비(非)계열 투신사에 맡긴 상장·등록기업의 자금까지 포함할 경우 8월 이후 2조원 이상의 기업 여유자금이 MMF로 몰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신사 MMF 잔고는 이 기간중 2조4천억원 가량 증가했으며 이중 80% 가량이 상장사 돈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의 설비투자 자금이 줄어든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말 기준으로 전체 상장사의 현금보유액은 13조원에 달했으며 올들어 그 규모는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상장사들은 또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데다 증시침체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상품보다 언제든지 돈을 찾을 수 있는 단기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ROE(자기자본이익률)와 영업이익률이 10%가 넘는 상장사들이 여유자금을 연 4%대의 저수익 상품으로 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최남철 마이애셋자산운용 전무는 "MMF에 투자할 정도로 여유자금이 많은 기업들은 주주이익을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