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이 심리적 공황에 빠져들고 있다. 주가조작(속칭 작전) 등 연일 터져나오는 불공정 거래사건이 직견탄을 날리고 있는 탓이다. 외국인도 매물을 쏟아내는 등 수급구조도 무너지는 양상이다. 9일 코스닥지수는 외국인의 집중 포화를 받으며 4.55% 급락,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기록한 코스닥지수(53.66)는 지난해 10월 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매도세=코스닥 시장이 5일 연속 큰 폭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이 연일 매도물량을 늘려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주 초 이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도우위를 나타내며 최근 6일 동안 5백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 6일엔 최근 한달 사이 가장 많은 2백23억원어치를 팔아치웠으며 9일에도 1백73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문제는 외국인 매도가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집중되고 있다는 데 있다. 외국인은 지난주 코스닥 시가총액 3위인 국민카드 주식 1백92억원어치를 쏟아낸 것을 비롯 2위 강원랜드(1백86억원),8위 LG홈쇼핑(61억원),11위 휴맥스(30억원) 등을 주로 매도했다. 이어 9일에도 국민카드 1백4억원,하나로통신 34억원,강원랜드 30억원,아시아나항공 29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 했다. ◆신뢰 붕괴가 원인=삼성증권 손범규 연구원은 "주가조작과 대주주의 잦은 교체 등으로 인해 코스닥 시장이 신뢰를 잃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밝혔다. 신뢰성을 가장 중요한 투자잣대로 여기는 외국인의 매도도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는 게 손 연구원의 지적이다. 코스닥 시장의 수급구조도 문제다. 우리증권의 최정일 연구원은 "외국인이 팔고 있는 물량을 받아줄 매수주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대형주를 조금만 팔아도 지수가 급락,공황상태로 빠져든다고 그는 덧붙였다. ◆투자전략=전문가들은 "일단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관망한 뒤 시장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대응책은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손 연구원은 "지수 50선이 심리적인 저항선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진 IT(정보기술)경기의 회복세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빠른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작전 등의 신뢰도가 추락한 만큼 우량주와 그렇지 못한 종목 간의 주가차별화는 가속화될 게 분명하다며 업종 1위 우량종목을 중심으로 저가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그는 충고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