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중국 '3개 대표이론'의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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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 장쩌민 국가주석이 제시한 '3개 대표이론'은 얼핏 보면 매력적이다.
공산당이 선진 생산력,선진 문화,광범위한 인민의 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게 그 골자다.
오는 11월 16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산당 당헌이 될 것이다.
이 이론에서 언급한 '광범위한 인민'은 우선적으로 노동자여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중국 언론들은 다른 나라 근로자들의 불행을 상세히 다루면서도,중국 내의 유사한 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탄광사고가 몇 차례 일어났는지,노동자들의 집단 시위가 몇 번 발생했는지를 아는가.
누가 시위 주동자를 감옥에 넣고,그들 가족의 슬픔을 침묵하게 했는가.
이런 모든 것들이 중국에서는 비밀이다.
외국인들만 이런 정보에 무지한 게 아니다.
중국인들도 모른다.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공산당이 실제로는 인민들을 돌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대표'라고 자처하는 이들은 '노동자는 강하다'라고 노래한다.
하지만 그들은 속으로는 어떻게 해야 계속 대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중국의 농민을 보자.중국에서는 공산당이 땅과 농민과의 관계를 결정해왔다.
당은 농민들이 지주들로부터 땅을 되찾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 땅을 농민들로부터 빼앗았다.
땅은 더 이상 농민의 소유가 아니지만 정부는 농민들에게 땅을 떠나지 말라고 강요한다.
문제는 공산당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데 있다.
톈안먼 사태를 돌이켜보자.1989년 당시 중국 인민들은 전제주의와 부패를 끝장내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50일간의 시위는 공산당과 정부, 그리고 인민해방군의 피로 얼룩진 진압으로 막을 내렸다.
학생들과 베이징 시민들의 목숨 뿐 아니라 인민들의 의지와 민주주의 원칙도 짓밟혔다.
학생들이 주도한 당시의 시위는 중국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권을 행사한 것이었다.
그해 6월4일에 일어난 사태를 변호하는 사람들이 무슨 권리로 광범위한 인민의 대표자라고 자처할 수 있을까.
그들은 노동자를,농민을,학생들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들의 '광범위한 인민'은 아무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 이론'은 허구다.
공산당은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도하는 한 방편으로 자본가들을 끌어안으려 하고 있다.
공산주의자들이 자본주의를 종식시키려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자본가들을 공산당에 입당시킬 수 있을까.
과거에도 공산당내에 자본가들이 있긴 있었다.
그들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공산당은 사실 늘 자신들의 이익을 중시해왔다.
당의 이익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면 누구든 입당이 허용됐고 그렇지 않은 인물은 입당이 금지됐다.
이제 많은 공산당원이 부자가 됐다.
일부 당원과 그들의 가족은 기업가 대열에 합류했고 또 성공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공산당에서 제외되면서 공산당은 쪼개질 것이다.
따라서 당의 이익이 이들 '붉은 자본가들'에 좌우된다면 그들의 입당을 허용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본가들의 입당으로 공산당이 전제주의에서 더욱 민주적 성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호랑이에게 호랑이 가죽을 부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3개 대표이론은 결코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를 열지 못할 것이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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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바오퉁 전 중국 중앙위원회 국장이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 최신호에 기고한 'China's Unrepresentative Communist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