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아프가니스탄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남부 칸다하르를 방문하던 중 한 무장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미수에 그쳤지만 이 사건의 배후엔 탈레반 정권의 사예드 라솔 사령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암살 미수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의 카불 중심가에선 문화공보부 청사 인근에서 대형 폭탄이 터져 22명이 숨지는 카르자이 정권 수립 이후 최대의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아프간의 정정(政情)이 극도로 불안함을 보여준 두 사건은 지난해 9·11사태에서 비롯된 아프간 전쟁이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맹신하며 1994년부터 아프간을 지배해온 탈레반은 아프간전으로 축출됐지만 반미 감정이 팽배한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군이 내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지만 아프간의 앞날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탈레반을 주도하던 다수파 파슈툰족과 북부 동맹을 이끈 타지크족 및 우즈벡족간의 종족 분쟁,동부 낭가르주를 둘러싼 군벌들의 알력 등이 소리없는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아프간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도로에 매설된 지뢰다. 유엔에 따르면 9·11직전까지 아프간 전역에 매설된 지뢰는 1천만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렇게 혼미한 가운데에서도 희망은 싹트고 있다. 여성이 외출할 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는 탈레반 정권의 소멸과 함께 사라졌다. 배움에 필요한 기본 도구는 부족하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이 다시 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테러의 위험에도 불구,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주민들이 크게 늘었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