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경규씨를 만나자마자 "골프 잘 치십니까"라고 물었더니 "요즘 시간이 없어 잘 못 치지만 한창 때는 다섯번 라운드 하면 세번은 '7'자를 그렸지요"라고 답했다. 베스트 스코어가 얼마냐고 묻자 "지난해 중부CC에서 기록한 76타가 베스트죠.올 여름에는 그 어렵다는 제주 핀크스GC 백티에서 79타를 쳤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에는 김국진씨가 진행하는 푸드채널 골프프로그램에서 연예인 프로골퍼인 최홍림씨와 9홀 매치플레이를 벌였는데 내리 4홀을 지다가 다시 4홀을 연속 이겨 무승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쯤 하면 그의 골프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알 만하다. 이경규씨는 드라이버샷 거리가 2백40∼2백50야드에 달한다. 홀인원이나 진기록은 없지만 굳이 자신만의 기록을 찾자면 지난해 천룡CC에서 기록한 4연속 버디를 꼽을 수 있다. 그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한 스포츠센터에 들렀다가 골프채가 있길래 몇번 휘둘러 보았는데 잘 안 맞아 '오기'로 계속 하다가 골프에 입문했다. 골프채 잡은 지 보름 만에 임백천씨와 함께 춘천CC에서 '머리'를 얹었는데 그날 1백50타 정도 쳤다. 그는 2년 뒤 한 케이블TV에서 골프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골프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골프를 하는 분들은 자신의 스윙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해서 보는 게 큰 도움이 됩니다.저도 골프프로그램 하면서 제 스윙폼을 보며 잘못된 부분을 수정했지요." 이씨는 "골프는 사람 잡는 운동"이라고 익살을 부렸다. "버디를 잡았을 때 기쁨은 30초에 불과하지만 더블보기나 '양파'(더블파)를 했을 때의 절망감은 1시간 이상 지속됩니다.이러한 기분이 풀리려면 상대방이 무너져야 합니다.그 수밖에 없어요.아니면 자신이 연습을 정말 많이 해 완벽하게 쳐야 하죠.골프는 정말 힘든 운동이에요." 그는 시간이 없어 연습장에는 가지 못한다. "집에서 매일 10분간 헛스윙을 합니다.연습장에 가서 무작정 연습하는 것을 썩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도리어 좋지 않은 스윙이 몸에 더 굳어질 수 있거든요." 그는 "한때 프로그램을 맡지 못해 방황할 때 골프에 몰입하며 힘든 시절을 넘긴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골프 코미디'를 한 번 해보고 싶어요.골프가 대중화되고 있으니 조만간 공중파 TV에서 골프를 소재로 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도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이경규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글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