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조원에 달하는 태풍 '루사' 피해복구비 조달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피해 복구비 30%(약 2조5천억원)를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키기로 하자 지자체들은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10일 행정자치부는 태풍 '루사' 복구비를 총 피해규모(약 5조5천억원 예상)의 1.4∼1.5배인 8조원으로 잡고 70%인 5조5천억원을 국고에서 부담키로 하고 나머지 30%는 지자체에 부담시키기로 했다. 행자부는 지방부담분을 지방채를 발행해서 충당하거나 지자체공사를 많이 해온 민간업체에 외상으로 복구공사를 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다. 이에 대해 해당지역 지자체들은 피해액이 사상 최대인 데다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되면 복구지원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게 뻔한데 중앙과 지방의 분담비율을 7 대3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예상 피해액 2조7천억원으로 가장 혹심한 수해를 당한 강원도는 "무이자 융자나 피해가구들이 직접 부담하는 자금 등을 빼더라도 강원도가 추가로 마련해야 할 복구액은 올해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7천억원에 이른다"면서 중앙정부가 부담률(70%)을 고수할 경우 강원도는 파산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지방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처지는 마찬가지다. 경북의 피해복구 비용은 줄잡아 1조3천억여원, 경남은 1조1천억여원, 전북은 5천여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경북은 3천9백여억원, 경남은 2천3백여억원, 전북은 1천여억원을 직접 마련해야 하는데 무이자 융자나 피해가구 부담분을 감안하더라도 지방재정 형편상 무리라는게 지방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지난달 초 집중호우에 이어 '루사'로 연거푸 피해를 입은 경상남도는 "지난번 집중호우 피해복구를 위해 이미 지방추경예산을 편성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추경을 짜라는 것은 지역사정을 모르는 소리"라고 말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