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나 짐승을 살려주는 방생(放生)은 불교의 중요한 계율인 불살생계(不殺生戒)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생명해방의 행위다. 그러나 방생물과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방생은 오히려 생명을 죽이는 살생의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가 최근 전국 사찰에 '방생지침서'를 배포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이 지침서에 실려 있는 방생 실패사례를 보자.모 사찰에서는 한탄강 상류에 미꾸라지를 방생했다. 그러나 미꾸라지는 수심 1?안팎의 3급수에 물흐름이 정체된 곳,흙바닥 등의 조건이 갖춰진 곳에 산다. 때문에 한탄강 상류처럼 1급수에 물살이 센 곳에 방생한 미꾸라지들은 곧 죽고 말았다. 또 다른 사찰 신도들은 한강 유람선을 타고 자라와 물고기를 방생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강에는 자라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자라는 모래 속에 알을 낳기 때문에 강 양쪽이 시멘트로 덮인 서울의 한강에서는 밤섬 말고는 산란할 장소가 없다. 방생 지침서는 시기와 장소,방생물 및 방생지의 생태적 특성을 면밀히 고려해 방생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땅속에서 동면하는 미꾸라지를 겨울에 방생하거나 동해안에 살다가 봄이면 알을 낳기 위해 동해쪽 하천으로 올라오는 가시고기를 서남해로 흐르는 하천에 방생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또 블루길,베스,철갑상어,청거북 등 외래 어종은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크다. 아울러 불경에 나오는 방생은 대부분 가뭄과 같은 천재지변에 의해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돈으로 산 방생물을 놓아주는 인위적 방생은 바람직하지 않다. 방생의 참뜻을 살리려면 수해나 폭설 등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으로 죽어가는 야생동물들을 도와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방생에 대한 인식과 태도도 문제다. 방생을 하면 이런 저런 복을 받는다고 생각하거나 방생물의 값을 깎으면 효과가 없다는 등의 속설과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하지만 방생은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이므로 이같은 태도는 옳지 않다고 이 지침서는 밝혔다. 지침서는 또 버려지는 애완동물을 맡아서 길러주거나 철새 모이주기,산나물 씨뿌리기,인간방생 차원의 헌혈캠페인과 각막·장기기증 등 방생의 현대적 수용과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