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대기업 연구소에서 3년째 병역특례를 받는 전문연구요원으로 몸담고 있는 K씨(28).


그는 이 연구소가 연구보다는 병역특례를 받기 위한 5년짜리 신입사원용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전공 관련 연구는 거의 하지않고 실제로는 생산직을 위한 도면 복사와 각종 서류작성, 외주업체 관리 보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직장에서 의무복무기간인 2년을 보낸 후 전직을 시도했으나 마땅한 업체를 구하지 못해 포기한 상태다.


그나마 정규근무를 마친 후 개인적으로 공부할수 있어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인근에 있는 전자회사에선 새벽에 연구소 특례인력을 불러다 다음날 시판되는 제품을 포장시킨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전문 연구요원들이 모두 K씨와 같은 것은 물론 아니다.


제대로된 연구시설과 환경을 갖춘 대기업이나 벤처 부설연구소에서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요원들도 많다.


그러나 특례 연구기관의 조건이 완화되면서 연구시설이 열악하거나 이름만 연구소인 곳이 늘어나 연구개발과 거리가 먼 업무를 맡거나 전공분야를 살리지 못하는 요원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전공분야를 못살린다 =박사과정 수료후 벤처기업 연구소에 들어간 J씨는 입사후 1년간은 각종 서류작성과 광고기획 영문번역 등 온갖 일을 다해야 했다.


벤처가 설립된지 얼마 안돼 시스템개발이라는 직책을 수행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전기공학분야 석사학위를 딴 A씨도 전공관련 회사를 찾지 못하고 결국 정보처리 관련 개발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최근 전.현직 전문연구요원 2천2백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을 옮긴 주된 사유로 '전공과 연구분야의 상이성 및 연구여건'을 꼽은 사람들이 32.3%에 이르렀다.


전문 연구요원제도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 업종별 수급불균형 심각 =수요측인 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각 연구기관에 할당되는 배정인원이 줄어든데다 그나마 사람이 없어 배정받은 인원조차 채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3천명이 배정됐으나 실제로 편입된 인원은 2천5백20명에 그쳤다.


이는 석사이상의 배출인원은 한정돼 있는데도 특례지정 연구기관은 급증, 분야별로 수급불일치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수급문제가 가장 심각한 업종은 정보통신및 정보처리분야.


2002년도 전문연구요원 신청결과 정보처리분야에서 업체가 요청한 인원은 1천3백46명.


그러나 올해 배출될 석.박사는 1백5명에 불과하다.


7.8%만 확보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보통신과 전기전자분야의 인력확보도 각각 22%, 35%에 머무를 전망이다.


그러나 건축토목과 환경공학은 각각 1백22%, 1백40%로 수요보다 많은 석.박사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관계자는 "정보처리 등 몇몇 특정 분야의 경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학사학위 소지자들이나 산업기능요원들을 연구요원으로 편입시키는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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