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9.11도 못꺾은 희망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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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소형 투자은행인 샌들러 오닐 앤드 파트너스를 설립한 지미 듄 사장은 주말만 되면 울적해진다.
주중에 숨가쁘게 일할 때 느끼지 못했던 우울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46분.그는 납치된 항공기가 뉴욕 심장부에 있는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면서 1백4층에서 일하던 직원 66명과 서류 및 컴퓨터를 송두리째 잃어버려 재기불능에 가까운 절망에 빠졌다.
"한가로운 주말엔 그라운드 제로(사고현장)에 묻힌 동료들 생각으로 울적해집니다.
갑자기 주위가 조용할 때나 이른 아침엔 그들이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아직도 감정의 변화를 주체할 수 없습니다."
그는 그때 샌들러 오닐을 함께 세운 창업 동료 2명을 잃었다.
"그렇다고 매일 절망과 두려움 속에 살 수는 없었습니다.
테러범(오사마 빈 라덴)이 우리의 정신까지 파괴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그후 직원들을 더욱 독려했다.
한편으론 위로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희생자의 몫까지 다하도록 투지를 자극했다.
메릴린치에서 일했던 금융전문가인 브라이언 스털링이 작년 11월 파트너로 동참,재기의 속도가 빨라졌다.
희생자의 빈자리를 다 채워야 할 정도로 일감도 많아졌다.
9·11테러 직후 쏟아졌던 동종업계의 후원이 올들어 없어졌지만,예전보다 더 좋은 서비스와 경쟁력으로 고객을 늘려갔다.
올들어 성사시킨 합병만 해도 15건,금액으로 치면 27억달러에 달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의 직원은 9·11 이전보다 2명 많은 1백73명으로 늘었다.
이익은 작년보다 못하지만 외형과 영업활동은 예전 못지않은 활력을 되찾았다.
9·11테러 1년을 맞아 남편과 아내,아들과 부모를 잃은 희생자들의 눈물어린 회고가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병상을 벗어나지 못한 중환자,온 몸을 그을린 화상 환자들의 슬픔과 분노가 TV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샌들러 오닐처럼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일궈낸 불굴의 기업들이 있기에 미국은 9·11테러의 충격을 이겨나가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