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반도체 20주년 기념행사장.1982년 상공부 전기전자공업국장으로 반도체공업육성세부계획을 수립했던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과 같은해 삼성반도체의 부장으로서 반도체 1라인 공장 건설을 담당했던 이윤우 반도체산업협회장(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이 행사의 주역이었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반도체산업의 눈부신 성장을 돌이키면서 감격스러워 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 분위기는 '감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종합전시장에서 열렸던 반도체산업대전에는 예전보다 20% 가량 줄어든 80여 기업밖에 참여하지 않아 전시장이 한산했다. 하이닉스반도체 아남반도체 등 반도체업체들과 많은 장비업체들이 참가를 포기했다. IT경기불황의 골이 깊은 탓이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업계의 실상이다. 게다가 페어차일드코리아와 KEC 등 1960년대에 세워진 회사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출발점을 삼성반도체의 공장착공일로 잡은 것에 불만을 품고 행사자체를 거부했다. 국내 첫 트랜지스터 조립생산회사인 고미반도체가 설립된 65년 혹은 한국반도체(페어차일드코리아의 전신)가 웨이퍼가공을 시작한 74년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시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편에서는 반도체산업협회가 하이닉스반도체 처리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반도체장비회사들도 있었다. 정부와 협회가 내세우고 있는 '세계 3위의 반도체강국'이라는 타이틀에도 거품이 들어 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시장 점유율은 5.6%로 미국(52.6%)과 일본(27.2%)에 한참 뒤처지는 3위다. 또 한국은 95년 10.4%를 기록한 이후 계속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대만은 같은 기간 1.5%에서 3.4%로 올라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반도체 20주년 행사의 이면에는 이같이 어려운 업계의 속사정이 숨어 있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뤄야 할 과제가 훨씬 많다는 것을 보여준 행사였다. 김성택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