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45).미국이 그를 응징하기 위해 아프간에서 전쟁을 벌이고 정보기관이 총동원돼 뒤를 쫓고 있지만 그의 생사는 오리무중인 채 설(說)만 무성할 뿐이다. 오히려 미국을 위협하는 정황들이 여기저기서 속속 포착되고 있다. 빈 라덴이 미국에 결정적으로 등을 돌리게 된 것은 10여년전이라는 게 일반적 얘기다. 사우디 수도 리아드에서 최대 건설업체인 '빈 라덴 그룹'의 후계자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슬람 원리주의에 심취했다. 회교 국가는 이슬람인들이 지켜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빈 라덴은 구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사재를 털어 '이슬람 구제기금'을 만들고,텔레반 반군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했다. 1986년에는 자신이 직접 지하드(聖戰)에 참가해 '아랍의 영웅'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아프간에서 돌아온 그는 지난 90년 미군이 사우디에 주둔하자 반미운동에 나섰고 이듬해 추방당해 수단으로 갔다. 이 사건이 결국 9·11테러의 도화선이 된 셈이다. 테러발생 이후 미국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빈 라덴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이 공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빈 라덴은 알 자지라 위성방송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현재 빈 라덴의 생사에 대해서는 미국 정보기관내에서도 전혀 상반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사망쪽에,중앙정보국(CIA)은 생존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독일 연방정보국(BND)도 건재하다는 주장을 편다. 매스컴의 보도 역시 확연히 갈려 있다. 뉴욕타임스와 CNN은 파키스탄 북서부 산악지역에 은신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반면 파이낸셜타임스와 BBC방송은 그의 지병과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을 들어 사망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빈 라덴의 생존여부가 초미의 관심이긴 하지만 그가 이끄는 알 카에다 조직이 더욱 두렵다. 알 카에다의 최종목표가 미국경제를 몰락시키는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두렵기만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