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서서히 걷힐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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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불투명한 국내외 여건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증시는 지난주 중반부터 이번주 초까지 미국 테러 1주년, 중동지역 위기고조, 선물-옵션 만기, 콜금리 결정,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증언 등 국내외 요인을 선반영한 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반등하는 모습이다.
종합지수는 주초반 700선을 다시 시험한 뒤 20일과 60일 이동평균선을 한꺼번에 회복했고 투매양상이 빚어졌던 코스닥지수도 안정을 되찾았다.
증시가 테러나 전쟁에 대한 막연한 불안 심리에서 벗어난 데다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으로 수급여건이 개선된 점이 긍정적이다. 시장의 관심이 펀더멘털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기술적으로는 상향중인 20일선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60일선의 ‘만남’이 임박해 주목된다. 수렴과정을 거쳐 어느 쪽으로든 방향성을 드러낼 시점이 임박했다는 얘기다.
증시는 사흘 연속 상승에 따른 피로와 만기일 후유증에 따라 조정이 예상된다. 여전히 불안한 해외여건과 뉴욕증시 동향을 살피면서 금융주와 저가대형주 중심으로 대응할 시점이다.
◆ 다시 펀더멘털에 관심 = 이번주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 ‘이벤트’ 중 두가지가 남았다. 목요일에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유엔 연설과 그린스팬 FRB 의장의 의회 증언이 준비돼 있다.
‘전쟁과 테러 대비 대통령’ 부시와 ‘경제 대통령’ 그린스팬의 발언은 그러나 예상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뜻밖의 진단을 내놓을 만큼 운신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 위한 내용을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스팬 의장은 “경제는 완만하지만 회복은 계속되고 있다”는 최근의 진단을 유지할 정도의 분석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이 부시 대통령과 그린스팬 의장이 시장이 흡수할 만한 수준의 견해를 밝힐 경우 증시의 관심은 펀더멘털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테러가 지나고 만기일 매물 부담이 완화된 상황에서 경제지표나 기업실적을 살필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9월 콜금리가 현 수준인 4.25%로 동결됐다. 한국은행은 실물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나 부동산가격 급등,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가 불안하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경제를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 회복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목요일 뉴욕에서는 주간 실업수당 신청자수와 2분기 경상수지, 8월 수출입 물가 등이 발표된다. 이에 금요일 나오는 8월 소매판매와 9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나온다. 엇갈린 방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지표와 그에 따른 뉴욕증시 반응이 관심이다.
◆ 이동평균선의 조우 = 이러한 투자심리회복과 펀더멘털에 대한 시선이동 속에 국내증시 종합지수는 기술적으로 중요한 지점에 이르렀다.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성질을 이용해 기술적 분석 도구 중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이동평균선의 조우가 임박했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종합지수는 739.22를 가리키고 있고 종합지수 5일, 20일, 60일선은 각각 716.77, 728.44, 736.27에 포진돼 있다. 800일 이평선은 800.30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종합지수는 5일선의 지지를 받아 20일선과 60일선을 상향 돌파한 모양새를 갖췄다. 상승 추세를 나타내는 정배열 전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것. 지난 6월 초 하락 전환된 이후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한 60일선 안착 여부가 관건이다.
단기 관심은 단기 추세선인 20일선과 중기 수급을 가늠할 수 있는 60일선이 10포인트 안으로 접근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상승중인 20일선과 하락중인 60일선이 수렴과정을 거쳐 어느 쪽으로든 방향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을 제외한 기술적 분석은 상승 추세 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미국 테러 이후 6개월간의 양봉을 만들며 상승세를 보인 이후 4개월 동안의 음봉을 거쳐 지난달 다시 양봉을 형성한 상황에서 기대감이 높다.
다만 급변하는 해외 여건과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쉽게 추세를 드러내기보다는 좁은 박스권에서 조금 더 시간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분석 도구를 이용해 추세를 가늠하되 섣불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