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프로] (20) '외식 인테리어 디자이너' .. 이경예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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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의식주와 같은 우리 일상 생활의 일부분입니다. 책상을 정리하거나 가구 배치를 새롭게 바꾸는 것도 크게는 인테리어 범주에 포함되죠."
외식 컨설팅 업체 윌인터내셔널의 이경예 실장(30).
외식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독특한 직함을 가진 그는 인테리어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외식업체와 같이 고객과의 접합 부분이 넓은 업종에선 이제 인테리어와 마케팅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어요. 맛으로만 승부하는 시대는 지나간 거죠."
외식 컨설팅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맛'과 '멋'을 동시에 즐기려는 신세대적 사고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음식점의 위치와 메뉴 선정에서부터 고객성향 분석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해 주는게 외식 컨설팅이에요. 한 음식점의 컨셉트가 잡힌 후 그 공간을 꾸며주는게 외식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역할이고요."
고객의 개인적인 취향을 고려해야 하는 일반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와는 달리 외식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고려해야 할 점은 많다.
사전 컨설팅을 통해 기획된 하나의 컨셉트에 맞춰 인테리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음식점을 찾는 고객들의 취향은 저마다 가지각색이잖아요. 큰 무리 없이 고객들의 공통화된 분모를 찾아내는 '수학자'의 역할을 해야 할때가 많아요.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투자 효과를 이끌어내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등 젊은이들의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에 위치한 음식점은 평당 최고 3백만원의 인테리어 비용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2∼3개월 걸리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언제나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업무가 힘들어도 이 일을 계속 하는 건 바로 이런 아쉬움 때문이죠. 야근과 밤샘 업무도 우리에겐 '마약'같은 매력입니다."
대학에서 실내 건축을 전공한 이 실장은 졸업 후 리모델링 회사에서 일하다 인테리어 쪽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게 됐다.
"건축일도 재미있었지만 큰 덩어리를 만드는 일보다는 아기자기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게 제 적성에 더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병아리 시절 처음 나간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의 거친 말에 금세 얼굴이 빨개지며 돌아서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인간관계의 베테랑이 됐다고.
사람이 재산인 이 업계에서 그가 터득한 생존 제1법칙이다.
'사람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통해 신세계를 만들어내는 똑순이'(동서식품 진호섭 대리)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직선과 각을 중시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유행했어요. 최근 들어선 곡선과 안락함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경제 사이클에 따라 사람들의 의식이 달라지듯 디자인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인테리어가 단순한 눈요기 감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 실장.
가장 이상적인 인테리어는 일상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편안함을 추구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적극적인 사고와 자기만족을 중요시하는 여성이라면 전공에 상관없이 누구나 한번 도전할 만한 직업이에요. 몸은 힘들지만 자신의 창조물 속에서 사람들이 생활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릅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