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株 급락...공모시장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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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등록기업의 주가가 등록직후 줄줄이 공모가 아래로 곤두박질치면서 IPO(기업공개)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증권사들이 시장조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데다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이 신규등록기업에 대한 단타에만 치중하고 있어 IPO시장의 위축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이후 코스닥시장에 신규등록된 9개 기업중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고 있는 회사는 이모션과 엠아이자카텍 등 2개 회사에 불과했다.
지난 5일 거래가 시작된 국보디자인의 경우 거래개시 3일 만에 공모가가 무너졌다.
주가가 떨어져 주간사증권사가 시장조성에 들어갔거나 시장조성을 마친 회사만도 5개에 이른다.
시장조성을 마친 이미지퀘스트 컴텍코리아 휴먼텍코리아 콜린스 등 5개사의 주가는 공모가의 80% 아래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처럼 신규등록기업의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투신 등 기관투자가가 1∼2개월 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확약'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팀장은 "지난 6월 상장된 우리금융에 투신사 등이 대거 물려 있어 이후 신규등록기업에는 의무확약을 피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보디자인이나 필링크 등은 기관의 의무확약비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거래개시 직후부터 기관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보다도 구조적인 측면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모물량의 65%를 받아가는 기관투자가 대부분이 하이일드펀드나 CBO(후순위채)펀드여서 단타에만 열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이일드펀드나 CBO펀드는 대우채 등 부실 회사채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신규등록기업의 매매개시 직후 주가가 약간만 오르면 처분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종증권 관계자는 "국보디자인의 경우 공모가가 적정가격보다 대폭 낮게 정해졌지만 이보다 더 낮게 책정했더라도 투신운용사의 매도공세로 공모가가 붕괴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이일드펀드 및 CBO펀드의 난립은 투신운용사로 하여금 체계적인 공모주 관리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하이일드펀드 및 CBO펀드는 대형투신사 한 곳에만 40개 이상 설정돼 있으며 전체적으로 4백여개에 이르고 있다.
한 투신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공모주 투자 역시 장내 투자와 마찬가지로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전망을 토대로 이뤄져야 하지만 펀드수가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증권사들은 이런 구조가 고쳐지지 않는 한 시장조성 위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하이일드펀드 CBO펀드 등 기관투자가에 대한 공모주 의무배정을 없애지 않으면 IPO시장의 위축은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증권사들은 신규 IPO계약을 꺼리거나 공모가격을 대폭 낮추고 있어 코스닥 진입을 도모하는 벤처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