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논란 끝에 합의된 국회 공자금 국정조사가 관련자료 제출과 증인채택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첨예한 대립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사안의 중요성과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감안할 때 이번 조사는 특히 엄정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벌써부터 이러니 정말 딱한 노릇이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정조사가 소모적인 정쟁의 장으로 전락, 갈등만 증폭시키는 꼴이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조사대상 기관이 한둘이 아니고 자료 또한 방대하고 보면 한달간의 예비조사기간 동안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그럴수록 자료문제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특위는 지금이라도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0조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제5조 등 관련법규에 따라 적법하게 자료제출을 요구해야 하며, 관계기관도 국가기밀사항 등 합당한 이유로 제출이 어려운 경우 이외에는 모든 자료를 신속하게 제출해야 마땅하다. 특위는 공자금 조성규모의 적절성, 집행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검토는 물론이고, 일부 주장대로 부채탕감에 권력층의 직.간접적인 개입이나 특혜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단적인 예로 공자금을 받은 금융기관들이 1998년6월부터 올 8월까지 2백24개 기업에 모두 10조2천7백31억원의 부채를 탕감해 줬다는 자료가 최근 공개됐지만 이같은 탕감액이 정확한지조차 의문이 없지 않은 형편이다. 공자금 문제는 어차피 언젠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야당의 정치공세 가능성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여권이 어렵사리 국정조사에 동의하게 된 것도 이점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왕 국정조사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연히 정치공방만 벌일 뿐 의혹은 의혹대로 남기는 꼴이 되어선 안된다. 어쩌면 공자금 국정조사는 차라리 대선 이후로 미루는게 나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