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키워드] 삼성 '준비 경영' : 진정한 초일류기업 가시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삼성전자가 1.4분기중 1조9천1백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고 발표한 지난 4월19일.
이건희 삼성 회장은 경기도 용인 연수원으로 전자 계열사 사장들을 불러모아 1박2일간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이 강조한 것은 '잘 나간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메시지였다.
이 회장은 "성과가 좋을때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을 가져야만 극심해질 도전에 이겨낼 수 있다"며 "5~10년뒤에 세계 1위를 할 것이 무엇이고 앞으로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가져가야 할 것인지 목표를 수립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비한 '준비경영'을 삼성의 키워드로 제시한 것이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준비경영의 실천전략은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첫번째는 5~10년뒤의 신수종사업을 찾는 일.
현재는 메모리반도체와 휴대폰 TFT-LCD 생명보험 등이 그룹을 먹여살리고 있지만 이들 사업이 언제까지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시장의 주역제품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교체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오늘날 캐시카우의 뒤를 이을 후속제품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삼성은 기존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메모리반도체, 유기EL을 비롯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디지털컨버전스(융합)제품 등을 보이는 미래의 유망사업으로 잡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좀 더 멀게는 바이오 등의 사업에 대해서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주력사업, 주력제품을 미리 정확하게 집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미래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결국 모두 사람에 달린 문제다.
우수한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기업의 미래경쟁력이 좌우된다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은 우수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도 뒤지고 있다.
그래야 보다 혁신적이고 앞선 사고를 수혈받을 수 있다는 것.
해외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한국인은 당연히 스카우트 1순위이다.
선진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 은퇴했지만 여전히 손과 두뇌가 녹슬지 않은 고급인재 등도 삼성이 주목하는 인력이다.
삼성은 특히 발굴되지 않은 우수인력이 풍부한 러시아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의 인력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이 "우수인재확보는 경영자가 직접 챙길 일"이라고 강조함에 따라 각사의 사장들은 해외에서 우수인력들과 인터뷰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래의 변화 가운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은 중국이다.
중국은 13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생산기지로 성장,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본기업들의 기술과 대만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의욕을 끌어들여 성장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명운은 중국 대응 전략과 함께 간다"고 말했다.
중국을 단순히 저임노동력을 활용할 대상이나 공략해야 하는 시장으로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좌우할만한 결정적인 요소로 보는 것이다.
삼성 준비경영의 또하나의 전략은 철저한 중국현지화전략이다.
사장급이 맡던 중국본사 대표에 이형도 회장을 임명하고 중국본사를 중심으로 생산 및 영업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산과 연구기능은 갈수록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첨단기술사업과 고부가사업, 핵심사업은 한국에 남길 예정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사고의 혁명적 변화를 이뤄 문제점을 파악하고 시장을 선점해 명실상부한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이 준비경영"이라고 요약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