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 드리웠던 심리적 악재의 무게를 생각하면 지난주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의 하락이 그리 실망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3주째 이어진 하락기조와 전약후강의 지수흐름은 향후 전망이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현실을 드러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지난주 초반 주가 상승이 '애국 주가'라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전반적으로 거래가 활발치 못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투자자의 불안한 심리를 좀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뉴욕증시는 이제 '테러'라는 막연한 공포에서 전쟁과 기업실적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주제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UN연설을 통해 이라크에 대해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고 이어 이라크가 UN의 무기사찰을 정식 거부함으로써 월가는 이미 전쟁이 미국경제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점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물론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투자전략가인 바톤 빅스는 "전쟁 초기에는 주식시장의 매도세를 피할 수 없지만 미국의 승리가 분명해지는 순간부터 유가는 안정되고 주식시장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프리미엄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으며 전쟁이 궁극적으로 미국경제와 금융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주식시장의 금언에 충실한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프린스턴대학 폴 크루그먼 교수는 "전쟁의 경기부양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유가불안에 따라 잠재돼 있는 경기 재침체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1970년대의 석유위기 등 유가상승 이후엔 예외없이 리세션(recession)이 뒤따랐다"며 유가상승에 따라 더블딥(경기의 이중침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지표도 엇갈린 신호를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미시간대 9월의 소비자신뢰지수가 10개월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지만 8월 소매판매는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0.8%의 증가율을 보였다. 낙관론자들은 "소비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라는 비관론을 압도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미시적인 개별기업의 실적에 초점을 맞추고 제한적인 투자판단을 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에 자동제어기업체인 하니웰의 3분기(7∼9월) 실적악화 전망이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며 다우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소프트웨어업체인 어도비가 선전한 나스닥시장은 상승세로 마감하는 등 뉴욕증시의 혼조 양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 출시를 늦춘다고 발표한 AMD의 주가는 급락한데 반해 반사이익이 기대된 인텔은 상승한 것도 마찬가지다. 뉴욕=육동인 특판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