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수해에서 배우는 환경보전 .. 신항식 KAIST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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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가 할퀴고 간 뒷자리는 처참하다.
온갖 가재도구는 한낱 쓰레기가 되어 뒹굴고,애써 지은 일년농사는 한 톨의 수확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전염병 예방을 위해 아직 살아있는 수많은 가축들을 땅에 묻고,물에 잠겼던 것들의 썩어가는 악취와 소독약 냄새가 뒤섞여 흐른다.
물난리 뒤에는 환경오염이라는 커다란 재앙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우리와 같은 시기에 최악의 홍수사태를 겪은 중동부 유럽에서도 환경오염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체코의 블타바강이나 독일의 엘베강,오스트리아의 다뉴브강 유역 하수처리시설이 이번 홍수로 작동을 멈추거나 정상가동이 어려워진 탓에 온갖 하수가 그냥 강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화처리되지 못한 하수의 강물유입은 용존산소량을 감소시키고, 이는 곧 사람 뿐만 아니라 강에 서식하거나 강에 의존해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홍수로 10여년 동안의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허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통해 필자가 느낀 것은 환경보호와 개발의 상관관계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고 다원적인 연립방정식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범람과 침수에서 비롯되는 환경재앙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은 범람과 침수 그 자체를 막는 일이다.
물론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재해조차 환경의 자연스런 변화의 한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이는 논외로 할 수밖에 없다.
범람과 침수피해 예방대책의 대표적인 예로는 댐과 제방을 들 수 있다.
물론 댐이나 제방이 유일한 해답만은 아니고,사례마다 구체적인 적용에는 깊이 고려해야 할 수많은 요소가 있다.
더구나 최근의 사회분위기는 댐 건설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기도 하다.
댐 건설은 기존의 자연환경 및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물론 환경친화적인 여러 건설·관리 기법들을 통해 부정적인 요인을 개선해 나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관계당국의 분석에 의하면 이번 집중호우에서 각 수계의 다목적댐들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분석을 통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개발과 보존의 함수관계 즉,'환경보호를 위한 다원방정식의 근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구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것이다.
자연환경을 올바르게 가꾸고 보전하기 위한 노력에는 경중의 구별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그루의 나무에 연연하다보면 전체적인 숲의 모습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환경을 위해서도 슬기와 노력,타협과 절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환경보호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재해예방과 재난방지에도 공짜는 없다.
인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개발과 보전,최선의 해법찾기와 올바른 근 구하기에 조금은 더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hangshi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