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광역시 울주군 삼남면에 위치한 삼성SDI 부산사업장. 25만평 규모의 이 사업장 한 켠에는 지난해 1월 삼성SDI와 일본 NEC가 합작해 설립한 SNMD(Samsung NEC Mobile Display)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SNMD는 차세대 영상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EL(유기전계 발광소자) 생산을 위해 지난해 1월 설립됐다. 사업장내에 설치된 4백평 규모의 클린 룸은 지난달말부터 휴대폰용 풀컬러 유기EL 공급을 위해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유기EL은 TFT-LCD와 비교해 동영상 화질이 뛰어난 반면 컬러필터나 백라이트유닛(BLU) 등이 필요없다. 두께와 무게도 TFT-LCD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이 사업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첨단 산업분야에서 경영권을 한국기업이 보유한 최초의 한·일 합작기업이라는 점. 이는 양국 전자업계 30년 역사속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SNMD의 지분은 SDI가 51%,NEC가 49%를 갖고 있다. 등기 임원 숫자도 SDI쪽이 3명으로 1명이 많다. 사실 삼성SDI에게 NEC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산(山)'과 같은 존재였다. CRT(브라운관) VFD(액정형광 표시관) STN-LCD(보급형 액정표시장치) 등 지금의 삼성SDI를 있게 한 주력 사업은 NEC와 기술도입계약을 맺는 것으로 시작됐다. NEC로선 경영권 양보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SNMD는 유기EL 생산에 필요한 기초기술이 부족했던 SDI와 장기불황으로 유기EL의 사업화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NEC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탄생했다. 두 회사의 결합은 세계 최초로 풀컬러 유기EL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이 제품은 응답속도 1마이크로세컨드(1㎲:1백만분의 1초)로 TFT-LCD보다 1천배 이상 빠르면서 색채선명도는 3배 이상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의 파이오니아와 TDK 등 선발업체를 제쳐 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파이오니아측은 SNMD가 풀컬러 유기EL을 개발하는 것은 '물구나무 서서 후지산을 오른 것과 같다'며 냉소적이었다. 하지만 NEC 소속 32명과 SDI 연구소 25명의 연구원들은 공동작업을 통해 1년 6개월만에 이 예상을 뒤집었다. 기판 위에 유기물을 고르게 분포시켜 불량을 최소화하는 증착기술과 유기발광 소자의 정확한 제어를 위한 구동회로기술은 SNMD가 순수 자체기술로 개발했다. 경쟁사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기술이기도 하다. 검사장비를 비롯 제작설비의 절반 이상은 국내 LCD 장비업체와 공동개발한 국산이다. SNMD의 다음 목표는 6만5천컬러 유기EL을 내놓는 것. 현재 개발속도를 감안하면 내년 2월께는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자신한다. PDA(개인정보 단말기) 등 핸드PC와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장을 겨냥한 5인치 제품도 내년 상반기중으로는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순익분기점을 달성할 계획이다. SNMD가 목표로 하고 있는 유기EL의 최대 사이즈는 40인치. TFT-LCD로는 불가능한 두루말이,테이프 타입의 휴대용 디스플레이도 유기EL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이를 위해 현재 가로 4백㎜,세로 3백70㎜에 불과한 기판 사이즈도 넓혀야 한다. 현재 5천시간 정도에 불과한 유기물 수명(풀컬러 기준)을 늘리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중이다. 울산=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