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공영이 건설부문 매각을 확정지음에 따라 법정관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사업부문에 따라 회사를 분할, 성공적으로 매각하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지금까지는 대우자동차 등 대부분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회사들이 우량자산만을 따로 떼어내 잔존법인(청산법인)과 분리하는 방식으로 국내외 인수업체들에 매각됐다. 말이 분할이지 원매자가 기피하는 잔존법인은 고스란히 채권단의 부담아래 청산해야 하는 비용 높은 처리방식이었다. 반면 한신공영은 건설과 유통부문의 수평적 분리를 통해 각각 '제값'을 받고 깨끗이 처리, 덩치 큰 대형 부실기업의 매각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1994년 도급순위 10위, 96년 한신코아 매출 1조원 돌파로 전성기를 누렸던 한신공영은 90년대 중반 건설경기 침체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97년 자금난으로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후 채권단과 법원은 한신공영의 브랜드 가치가 높은만큼 원매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 2000년 11월 1차 공개 입찰을 실시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고 말았다. 분할 매각안은 이런 상황에서 탄생했다. 채권단은 당시 건설 경기가 나쁘기도 했지만 건설과 유통이라는 시너지효과가 없는 부문의 '동거'가 유찰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 법정관리 회사를 수평적으로 분할한 전례가 없었던데다 건설부문의 우발채무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채권단과 법원은 분할 매각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새로운 '전례'를 만드는 작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우발채무는 마지막까지 문제가 됐다. 유통부문 인수업체에 브리지론을 해주기로 한 한미은행은 최대 1조8천억원으로 추정된 건설부문의 우발채무 승계를 거부했다. 법원과 채권단은 결국 한신공영을 통해 수십개 사업장별로 이해 관계자들의 각서를 받기 시작했다. 건설부문에서 우발채무가 발생할 경우 유통부문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천신만고끝에 각서를 모두 얻어냈고 우선 유통부문을 매각할 수 있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분리 매각이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진데는 법원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상법과 회사정리법의 충돌로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지방법원 파산부가 기업 회생을 위해 분리 매각안을 지지하는 결단을 내렸고 이 점이 중요한 성공요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올 초 1천3백80억원에 매각된 유통부문(유레스)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등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향후 분할 매각이 기업 구조조정의 새로운 추세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