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을 부르진 않는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회원들은 이미 30분전에 도착해 하나은행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다. 참석자들은 연사가 나타나기전에 마치 시험이라도 앞두고 있는 듯 밑줄을 쳐가며 책을 읽고 있다. "고정멤버"인 신평재 교보증권이사회 의장,박용현 서울대병원장 백낙환 인제대 백병원장,김기환 동서유지 대표 등은 앞자리에 앉아있다. 매주 월요일 을지로 하나은행 21층 대강당에서 열리는 경영자독서모임(MBS:Management Book Society)의 풍경은 한결같다. 비즈니스맨들끼리 만든 것 가운데 국내 최대규모로 꼽히는 산업정책연구원(IPS)의 경영자독서모임은 올해로 벌써 7년째다. 1995년 당시 원장이던 조동성 서울대 교수가 중심이 돼 사랑방 비슷하게 만들었다. 모임이 알려지면서 스스로 1주일에 한번은 책을 읽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이 늘어나 국내 최대 규모로 컸다. 지금까지 출석회원(6개월 출석)으로 등록한 연인원은 1천여명에 이른다. 기업경영자 대학교수 관료 등 오피니언 리더들 치고 거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이 가운데 손길승 회장,신평재 의장,김정태 행장,박용현 원장 등은 초창기부터 수년째 출석회원으로 등록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출석률도 여느 회원 못지 않게 높은 편이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초청된 저자나 역자의 강연을 듣고 토론을 벌인다. 6개월짜리 프로그램이라 한 기간 동안 모두 25권 정도의 책을 읽게 되는 셈이다. 이달말에 끝나는 14기 MBS모임엔 손길승 SK 회장,조충환 한국타이어 사장,정두호 LG실트론 대표,어진 안국약품 대표,김기환 동서유지 대표,이경하 중외제약 대표 등 기업 인사와 신평재 교보증권이사회 의장,김정태 국민은행장,이강원 외환은행장,홍석주 조흥은행장 등 금융계 인사,박용현 서울대병원장 백낙환 인제대백병원 이사장 등 의료계 인사,이경숙 숙명여대총장 등 모두 78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참석자들의 면면이 중량감 넘치다 보니 강사로 나온 저자나 번역자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토론열기도 자연 뜨겁다. 지난 8월12일 유안진 서울대 아동학과 교수가 시집 "봄비 한 주머니"를 주제로 한 강연을 마친 뒤엔 특히 많은 경영자들이 시인이 되는 법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유 교수는 "시인이 되는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냐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가"하는 질문에 "중요한 것은 본인이 시를 좋아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라며 "마흔이 넘어서도 문학을 즐기고 좋아한다면 그는 타고난 문인일 것"이라고 말해 "희망"을 주기도 했다. 경영자독서모임은 그러나 독서토론 이외의 범위로 벗어나지는 않는다. 모임 후 2차를 갖는 일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정보를 교류하고 끈을 맺는 사교모임이 아니다. 9시 넘어서도 또 다른 약속이 있는지 그날 강연자와 명함을 교환하곤 곧바로 교실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