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자금이 넘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업들이 돈에 목말라 아우성이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신용대출을 꺼리는 탓에 담보없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금융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부동산 담보 및 신용보증 대출은 무려 78.9%에 달한 반면 순수 신용대출은 8%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경기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30% 가량이 자금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중소 부도업체 수도 지난 2월 2백85개사에서 4월 3백11개사 6월 3백49개사 7월 3백69개사 등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김보수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쟁력강화팀장은 "은행들이 후진적인 대출관행을 고치지 않는 한 '초대형 전당포'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겉도는 신용대출 지난해 말 현재 금융회사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신용대출은 34.3%에 그친 반면 담보대출과 보증대출은 각각 43.7%와 22.0%를 차지했다. 산업계는 신용대출이 뿌리내리려면 금융회사의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신용조사 전문기관 설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재무.회계 등 현재 가치는 물론 인력 기술력 성장성 등 미래 가치도 평가해야 한다는 것. 금융회사와 기업간 재무.회계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또 정부 정책자금 지원한도와 금리수준을 기업 신용도에 따라 차등화하는 한편 거래 업체의 신용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중소기업 주거래은행제도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왜곡된 채권시장 국내 채권시장 규모(잔액 기준)는 지난 90년 50조원에서 2000년 4백25조원으로 7.5배나 팽창했다. 그러나 회사채 비중은 43%에서 30%로 곤두박질한 반면 국.공채 비중은 57%에서 70%로 치솟았다. 더욱이 5년 미만의 단기채 비중이 전체 회사채의 90%에 육박, 자금구조가 불안정하고 빈번한 차환 발행에 따른 부담도 크다. 반면 미국은 회사채 발행 규모가 국.공채의 1.7배에 달할 정도로 기업 자금시장이 활짝 열려 있다. ◆ 걸음마 수준의 투자은행 은행의 기업(금융회사 제외) 투자한도가 의결권 주식의 15%로 제한된 탓에 집중적인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투자은행의 대부격인 증권사도 주식 위탁매매에 치중할 뿐 주식 인수와 인수합병(M&A) 등 핵심적인 기업투자 업무에는 소홀하다. 미국에선 지난 99년 금융서비스현대화법이 시행되면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간의 업무 장벽이 무너져 일반은행의 기업투자가 자유로워졌다. 또 미국 증권사들은 주식 인수와 인수합병 신탁.자산관리 등 다양한 투자.관리 업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