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초점] 달러/원 석달 최고치, "엔화·수급 상승쪽 무게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환율이 급등하면서 거의 석달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8월 이후 한 달 보름간 유지돼 온 박스권 상단부인 1,210원을 뚫고 올라서 추가 상승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SP)은 장중 지난 금요일보다 16.70원 오른 1,220.50원까지 상승, 지난 6월 21일 장중 고점인 1,225.00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상승 추세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환율은 1,220∼1,230원까지 레벨을 높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모멘텀 부족에 시달리던 국내 외환시장은 달러/엔 환율이 120엔대로 올라서면서 확실한 재료를 부여받았다. 수급상황도 일방적인 공급우위가 지속될만한 여건이 아니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이라크 공습 우려 등 국제정세의 변화가 미국 달러화에 미칠 영향이 돌출 변수로 작용할 여지는 남겨놓고 있다.
◆ 달러/엔 '기세 등등' = 방향성을 모색하던 국내 외환시장에 새로운 '화두'는 역시 달러/엔이 제공했다. 달러/엔 환율이 지지부진해지자 한달 보름 동안 박스권에 꽁꽁 묵였던 달러/원은 지난 7월 22일 연중 저점인 1,164.00원에서 시작된 반등세를 다시 연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승 움직임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엉거주춤했던 달러화가 9.11 추가 테러 우려를 씻고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배경이 되고 있다. 뉴욕 증시를 뒤쫓던 달러화는 지난주 소비 관련 경제지표의 혼조세나 증시 상승이 주춤했음에도 미국 경제성장이 일본·유로지역을 앞설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힘을 받았다.
달러/엔은 지난주 말 뉴욕시장에서 석달 가량 묶여 있던 116∼121엔의 박스권을 이탈, 저항선이던 121.30엔을 상향돌파하면서 121.72엔에 마감했다. 이날 도쿄장이 '경로의 날'을 맞아 휴장인 가운데 아시아 시장에서 122엔대 상향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관료들은 미국 경제의 견실함을 강조하고 오는 19일 일본정부가 디플레우려를 막기 위해 직접 달러 매수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주 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은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 억제와 수출 증대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엔 매도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9월말 '반기결산'을 앞두고 현지업체들이 엔화를 본국 송환할 것으로 예상되나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됨에 따라 추가 통화완화라는 해묵은 '카드'를 다시 꺼내 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달러를 매수하고 엔화를 매도하는 개입을 단행, 엔화를 일본 시장에 풀어 경기부양을 도모한다는 얘기다.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엔의 일차적인 저항선을 122.30엔, 이어 122.50엔이나 122.80엔을 높여 잡고 있다. 이 선이 차례로 뚫리면 124∼125엔까지 추가 상승도 어렵지 않다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국민은행 조성익 딜러는 "일본의 디플레 완화를 위한 정책적 발언이 이어져 달러/엔의 저항선이 뚫렸다"며 "이번 주중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고 달러가 9.11 테러이후 심리적 요인으로 낙폭이 컸다는 측면도 감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확신은 아직 없는 단계이나 달러가 강세로 전환했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달러/엔도 단기적으로 122.50엔 저항을 뚫으면 124엔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은행 고상준 딜러는 "상승 추세로 일단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엔이 다시 120∼125엔으로 박스권을 이동한다면 달러/원은 일차적으로 1,230원, 이어 1,250원까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 되살아나는 달러 수요 = 달러/엔 환율의 박스권 탈출이라는 대외여건의 변화 외에도 국내 수급상황도 달러/원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정유사를 중심으로 결제수요가 꾸준하게 유입되고 역외매수세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도 달러/엔 상승을 기대한 역외 매수세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외세력은 지난주부터 꾸준하게 매수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달러/엔 상승 전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달러매도초과(숏)상태를 정리하기 위한 커버 수요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업체 네고물량이 추석을 앞두고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역내외의 매수세를 누르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당분간 이같은 움직임이 강화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라크의 무기사찰 거부와 유가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사를 중심으로 한 결제수요 유입도 이같은 흐름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매수세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는 반면 네고물량은 뒤로 물러설 여지가 많아진 것.
기업은행의 김성순 딜러는 "레벨이 오르면서 네고물량이 나오고 있으나 역외가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시기적으로 공급우위가 계속될 흐름도 아니다"며 "단기적으로 상승 추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 추석을 앞두고 단기급등에 따른 고점인식 매도와 매수세력간의 공방을 대충 마치면 환율은 좀더 수월하게 방향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최정선 딜러는 "추석을 앞두고 공급물량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단기 급등으로 레벨을 많이 뜯어 올려 단시일내 이를 채우지 못하면 위로 봐주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석이 지나면 뚜렷한 공급 주체가 없어진다"며 "현재 체결됐거나 진행되고 있는 외자유치건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승 기조 전환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최근 엔/원 환율을 활용한 거래가 활발함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지난주 100엔당 1,020원대까지 올라섰던 엔/원은 차츰 반락하면서 이날 1,000원 밑으로 내려섰다. 이처럼 낮아진 엔/원을 활용, 원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사는 거래도 생겨나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