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박스권을 혁파, 3개월만에 1,22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 8월 이후 박스권 상단에서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1,210원이 개장부터 깨진 뒤 장중 파죽지세 오름세를 연출했다. 전날대비 상승폭이 무려 16.20원에 달해 지난 7월 26일 19.50원이 오른 이래 가장 컸다. 달러/엔 환율이 지난주 말 121엔대에 이어 이날 122엔대까지 진입, 달러/원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또 달러/엔 상승에 기댄 역외매수세가 강했으며 은행권의 손절매수세가 어우러져 환율 상승은 자연스레 이뤄졌다. 추석을 앞둔 업체들의 네고물량 공급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스권을 이탈하면서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달러/엔의 추가 상승여부에 촉각을 세운 가운데 화요일 환율은 1,220원을 중심으로 한 공방이 예상된다. 16일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금요일보다 16.20원 오른 1,220.0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6월 20일 1,224.80원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고점은 지난 6월 21일 장중 1,225.00원 이후 최고치인 1,220.50원, 저점은 1,212.00원을 기록했다. 환율 하루 변동폭은 8.50원으로 지난달 29일 9.10원을 움직인 이후 가장 넓게 이동했다. ◆ 추세 전환 여부 검토 = 갑작스레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주까지 박스권내에서 정체감이 완연했던 환율은 엔화의 급작스런 변화로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달러/엔의 박스권 이탈이 모멘텀 부재에 시달리던 달러/원에 불씨를 붙인 격이 됐으며 추세가 바뀌는 전환점으로 제시될 요량이다. 이날 도쿄장이 열리지 않은 탓에 다음날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달러매도(숏)를 고집할 상황은 아니다. 추석전 네고가 갭을 어느정도 메울 여지가 있지만 역외세력의 추가 매수여부가 중요한 관건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오늘 동경장이 없어 시장이 얇은 상황에서 급등이 이뤄졌다"며 "달러/엔 옵션이 걸린 것이 많음을 고려하면 일단 내일 동경장에 가서 추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수급상 네고가 많았음에도 역외매수세가 강하고 포지션이 부족한 측면도 감안됐다"며 "내일은 1,220원을 중심으로 위아래 5원 범위에서 넓게 바라보는 장세로 예측한다"고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네고가 꽤 많았음에도 역외세력이 달러/엔에 근거해 강하게 물량을 흡수했다"며 "달러/엔의 트렌드가 꺾여 달러/원도 추세가 바뀔 여지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단기급등을 했기 때문에 포지션을 크게 끌고 갈 수는 없고 추석 전 네고물량을 감안하면 적당히 갭이 채워질 가능성도 있다"며 "무엇보다 관건은 역외매수세 연장여부이며 달러/엔이 내일 이정도 레벨이면 1,218∼1,223원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 달러/엔 박스권 '굿바이' = 달러/엔 환율이 3개월여를 지탱하던 박스권을 깼다. 일본 정부가 엔 약세 유도 발언을 거듭한 데다 오는 19일 디플레 방지대책에 통화완화 정책을 포함시킬 것이란 전망이 득세, 엔 약세가 급속도록 진행됐다. 지난주 말 뉴욕에서 큰 폭 상승하면서 121.72엔으로 마감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122엔대로 추가 상승했다. 도쿄가 휴장인 가운데 아시아시장에서 상승 기운을 보인 달러/엔은 런던장에서 오름폭을 확대, 장중 122.46엔까지 도달했으며 오후 5시 7분 현재 122.34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이날 서울외국환중개 고시 기준율이 3개월 최저수준인 100엔당 986.98원이었으며 장중 1,000원 밑에서 맴돌았다. 엔/원은 같은 시각 100엔당 997원선을 기록중이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앞선 닷새간의 주식순매도에서 방향을 바꿔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636억원, 104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 금요일보다 9.20원 높은 1,213.00원에 한 주를 연 환율은 9시 35분경 1,214.20원까지 오른 뒤 고점 매물로 9시 46분경 저점인 1,212.00원까지 내려섰다. 이후 달러/엔의 추가 상승과 역외매수 등으로 환율은 10시 54분경 1,218.30원까지 치솟은 뒤 네고물량 공급으로 11시 27분경 1,216.20원까지 흘렀다. 그러나 오전장 막판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환율은 11시 56분경 1,218.60원까지 오른 뒤 1,218.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1.00원 낮은 1,217.5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한동안 1,217.10∼1,217.90원을 거닐다가 역외매수 재유입으로 2시 14분경 1,219.70원까지 솟구쳤다. 이후 환율은 업체 네고 등으로 1,217원선까지 내려섰다가 122엔대로 올라선 달러/엔의 추가 상승으로 4시 24분경 고점인 1,220.50원까지 상승했고 마감까지 1,220원선을 거닐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6억4,050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2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8,750만달러, 4억3,420만달러가 거래됐다. 17일 기준환율은 1,217.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