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에드먼드 홀드바움(14)은 색상별로 잘 정리된 파일함을 갖고 다닌다. 또 시간관리를 해주는 컨설턴트를 두고 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나 필요한 모든 비즈니스 도구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경영진 같이 조직을 재구성하고 조직원들을 다루는 법도 알고 있다. 이 소년은 "모든 스케줄과 차트,그리고 파일이 나의 경쟁력"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고등학교 3학년인 아미 알럼은 2년전 방과후 실시된 '시간관리'강좌를 수강했다. 그는 "한정된 시간을 쪼개 쓰는 법을 배워둔 것이 학교내 활동 뿐 아니라 학교밖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어머니는 "내 딸이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리더십을 종종 발휘한다"며 "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한발 먼저 '시간·조직관리'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CEO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부모들과 선생님들도 적극적으로 이를 장려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과 같은 빠른 사회환경 변화속에서 청소년들이 조직과 시간을 관리하는 수업을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와 가정에서도 10대들을 '미래의 CEO'로 만들기 위해 MBA식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런 것을 가르쳐 주는 각종 책과 비디오테이프도 넘치고 있다. 대표적인 책과 테이프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Who moved my Cheese?)'와 '날카로운 톱(Sharpen the saw)'이다. '누가 내 치즈를…'의 저자인 스펜서 존슨은 "아이들이 조직관리에 실패한다면 사회 생활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부모들에게 충고했다. 또 베스트셀러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을 쓴 스티븐 코비의 아들인 신 코비는 지난 1998년 '성공하는 10대들의 7가지 습관(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Teens'이라는 청소년용 경영서적을 출판했다. 이 책은 '주니어 경영대학원생들'의 필독서로 불린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바이올린 수업과 같은 특별활동보다는 '조직·시간관리'와 같은 강좌를 듣기 원한다. 심지어는 시간당 2백달러짜리 컨설턴트 과외선생을 두는 경우도 있다. 텍사스의 한 중학교에서는 '조직·시간 관리'강좌를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CEO만들기식 교육이 오히려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교육이 '비인간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학생들이 중요시해야 할 읽기와 쓰기 수학과목 등에 관심을 잃게 하는 단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또 "틀에 박힌 주니어CEO 프로그램하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정작 대학에 들어가 자유를 얻게 되면 스스로 자신을 조절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이애미대 2학년인 미건 허벨은 "대학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종종 임기응변식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고등학교때 배운 시간관리 프로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부모나 학교는 별로 없어 보인다. 서적 비디오테이프 등 관련 학습교재 시장은 올해 60억달러에 이를 만큼 비약적 팽창을 하고 있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Teens learn Mimic CEO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