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1:12
수정2006.04.02 21:14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체제변화를 꾀하던 미국의 대이라크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16일 오후 늦게 발표된 '이라크의 유엔 무기사찰 전격수용'은 미국이 예상했던 이라크의 대응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유엔결의안을 거부하면 즉각 군사행동에 나선다는 미국의 전략이 허를 찔린 셈이다.
◆이라크의 진의는=사찰단 복귀를 발표한 이라크의 진심은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의 강압적 분위기와 아랍연맹의 설득으로 일단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이라크의 사찰 수용 입장을 이끌어내는 데 아랍연맹 회원국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특히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의 정력적인 노력이 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결의안을 회피하려는 일종의 전술적 기도"라고 폄하했다.
스콧 매클레런 부대변인은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이 파기한 16개 결의안을 집행할 수 있도록 여전히 유엔의 명령을 요구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찰단파견이 불가피한 유엔=유엔은 미국의 냉담한 반응과 달리 일단 사찰단 파견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아난 총장은 "이라크 정부의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곧 전달할 것"이라며 "그 다음 무엇을 할 것인지는 안보리에서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보리 국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영국은 이라크의 사찰단 복귀발표에 회의적이지만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은 이날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이같은 우호적인 반응은 미국의 속셈과 달라 안보리 회의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 대이라크 전략 차질=유엔이 이라크의 요청을 수용,사찰단을 보낼 경우 일방적 군사작전을 염두에 둔 듯 질주해온 미국의 대이라크 작전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사찰동향을 지켜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유엔안보리가 만든 사찰단 프로그램을 보면 사찰단이 이라크에 들어간 후 60일안에 구체적인 사찰계획을 유엔에 보고해야 한다.
그후 6개월안에 이라크가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 중인지를 평가하는 잠정보고서를 제출토록 돼있다.
미국의 대이라크 전략은 수정될 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