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이던 아들을 잃은 부모가 아들이 다니던 대학에 거액의 장학금을 내놓았다. 대학 재학 중 군에 입대했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서범기씨(23·한국외대 베트남어과)의 부모 서민호(50) 유설자씨(45)는 17일 한국외대에 학교발전기금 1억원을 기탁한다는 기부증서를 전달했다. 지난 98년 외대에 입학한 서씨는 3학년이던 2000년 카투사에 입대,용산 미군기지 수송부에 배치받았다. 제대를 불과 넉 달 앞둔 지난 6월1일 집에서 포상휴가를 즐기고 있던 서씨에게 부대로부터 통역장교를 태우고 급히 판문점까지 다녀오라는 호출이 떨어졌다. 서씨가 운전하던 차량은 자유로를 달리던 중 그만 이정표를 들이받고 전복돼 서씨는 사망했고 옆자리에 있던 통역장교는 2주 진단의 경상을 입었다. 어머니 유씨는 "범기가 사고 당일 학교 관현악단공연이 있어 휴가전날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연습했었다"며 "아들은 불귀의 객이 돼 떠났지만 그 자취만은 세상에 남기고 싶어 보훈처로부터 받은 보상금 3천여만원에 사재를 모아 장학금을 내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학교측은 서씨의 부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한편 서울캠퍼스 신축 본관의 한 강의실을 지정해 서씨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부착할 방침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