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은 17일 이라크의 조건 없는 무기사찰 수용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하던 아시아 증시가 이날 동반상승세로 돌아섰고,미 달러화 가치도 강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도 시간외거래에서 5개월 만의 최대폭으로 급락했다. 이라크의 무기사찰 수용으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의 반영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 공격 입장에서 물러설 뜻을 밝히지 않고 있어 이같은 호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도쿄증시에서 이날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일장보다 3.27% 급등하며 2주 만에 9천5백엔을 탈환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대만의 가권지수(3.96%)와 홍콩의 항셍지수(1.62%) 등 여타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달러화 가치는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3개월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백23.02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라크 공격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지난 6월 중순 이후 14% 급등하며 배럴당 30달러선을 넘나들었던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이날 뉴욕상품거래소 시간외거래에서 1.42달러(4.8%) 급락한 28.25달러에 거래됐다. 이같은 낙폭은 지난 4월12일 이후 최대다. 그러나 메릴린치증권의 스튜어트 스미스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유가의 전쟁 프리미엄이 완전히 제거될 것으로 확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가급락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