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학 교육, 위기인가? 며칠전 한국경제학회 심포지엄에서 성균관대 김인철(金仁哲) 교수가 발표한 논문제목이다. 대학생 중 경제학 전공자의 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경제학과 졸업자의 취업비율도 전체 대학졸업생 평균을 가까스로 웃돌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장 인기있는 학과,취업률도 가장 높았던 시절을 되새기면 경제학과 교수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경제학과와 경영학과를 별도의 단과대학으로 분리하려는데 반대하는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들의 학내 시위를 되새겨보더라도 그런 느낌이 든다. 철학 역사학 등 인문학에 이어 이공계 기피증도 날로 심해지고 있는데 겹친 경제학과의 조락(凋落)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공계 기피현상은 국가적으로 우려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경제학과 선호가 떨어지는 것을 같은 차원에서 걱정하는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 같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수가 줄고,그래서 경제학자 수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특별히 이렇다 할 문제가 빚어질리도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대학에서의 경제학 교육수요 감소는 경제학 교수들에게 위기일지 몰라도 국가적 문제가 될 수 없을 것 또한 자명하다. 경제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순리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험을 보더라도 그렇다. 경제가 성숙단계에 이르고 국민들의 경제상식도 어느 정도 수준에 달하게 되면 경제학적 논리에 대한 신선감이 상당히 떨어지게 될 것은 당연하다. 어렵고 복잡한 수학으로 일관하는 양상인 게 오늘의 경제학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 실체는 값이 오르면 살 사람이 줄어든다는 등의 누구나 알고있는 상식적인 내용을 크게 벗어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인구의 80%가 농업에 매달려도 해마다 식량 부족을 겪었던 게 불과 40년전이지만 8.9% 농업인구가 생산하는 쌀을 다 소비하지 못하는 게 오늘이다. 농업 다음으로 제조업도 같은 길을 갈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면 공과대학 기피증 또한 꼭 걱정할 일만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현직 공과대학장이 있다. 같은 맥락으로 경제학과 교수들도 학생수 감소를 시대변화에 따른 필연적 귀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경제학과 교수들이 걱정해야할 문제는 학생수 감소가 아니라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이해 수준이다. 이른바 국민 경제교육이 전적으로 경제학 교수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렇게 어물쩍 넘어가고 말 일도 아니다. 미국 IIE연구위원 M 놀랜드는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3단계로 구분했다. 통상부문 금융부문 노동부문의 컨센서스가 현저하게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쪽의 것은 WTO(세계무역기구) 등 강력한 국제규범이 작용하는 영역으로 한국내에서 거의 인식의 일치가 나타나고 있는 부문이고, 뒤쪽 둘은 국제규범의 강도도 떨어지고 국민들의 컨센서스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한국의 경제정책은 대외적인 압력이 약한 분야일수록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양상을 나타낸다는 얘기다. 그 파장이 엄청난 사안이지만 농산물 개방에 대해서는 불가피성에 어느 정도 인식의 일치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은행민영화 주5일제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그러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실상을 제대로 짚었다고 볼 수 있다. 왜 그런 양상이 빚어질까. 누구의 잘잘못 때문이라고 단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김인철 교수가 이번 심포지엄에서 제시한 경제학 교수 대상 설문조사 결과다. "과거 군사독재시대에 매판자본 유입과 재벌독점을 반대한 국수주의적 급진파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으며 지금도 이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응답자가 55%에 달한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시장이라는 현실보다는 관념적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풀이한다면 잘못인가. 대답은 시각에 따라 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도처에서 목격되는 반시장적 반기업적 구호의 원산지가 어디냐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의 경제학 교육은 정말 위기를 맞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