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농산물 차례상 '점령' .. 우리 농산물 값 '천정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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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의 중국산 농산물 수입업체인 K상회.
이건 사장은 17일 전국에서 쏟아지는 주문 전화를 받는라 점심을 시켜 먹을 정도로 바쁜 모습이었다.
수해로 국내 농산물 공급량이 크게 준데다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추석 대목을 앞두고 농산물 가공공장과 도매상을 중심으로 중국산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것.
중국에서 물건이 들어오기 무섭게 나가기 때문에 80평짜리 보관창고는 썰렁했다.
이 사장은 "지난 8월말 10t짜리 컨테이너로 들여온 고추가 10여일 만에 다 팔려 나 가 지난 주말 다시 한 트럭을 수입했지만 거의 팔려 나갔다"며 "수해와 추석이 겹쳐 중국산 수요가 예년보다 갑절이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고가 곧 소진될 것 같다"며 "내일 중국에 더 보내달라고 주문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 농산물 무역적자 눈덩이 =17일 인천세관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인천세관을 통해 수입된 농산물은 모두 5천6백50만달러어치.
지난해 같은 기간에 수입된 3천69만달러어치보다 무려 84% 늘어난 수치다.
특히 쌀 밀 등 곡류의 경우 작년보다 두배 이상 증가한 3천9백38만달러어치를 기록했다.
수입 급증의 직접적 원인은 국내 농산물 가격의 폭등.
실제 수입 마른고추의 경우 지난 8월 중순까지 ㎏당 9천원 수준에서 거래됐으나 최근 수해로 1만원대까지 뛰어올랐다.
중국 현지로부터 마른고추를 ㎏당 2천7백원에 수입하는 안산 K상회의 경우 세금(종량세 6천3백84원)과 물류비(1백50원)를 빼고도 7백원 이상의 마진을 얻고 있다.
수산물도 올해 들어올 예정이던 러시아산 명태 등이 민간 쿼터 배정에서 제외되며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추석을 앞두고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명태와 오징어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명태 2만3천5백t과 오징어 2만5천6백t 등 모두 4만9천1백t을 지난 14일부터 수협중앙회를 통해 집중 방출하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계속 무역적자를 나타낸 수산물의 경우 6월 무역수지가 3백82억원의 적자를 기록,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3백74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 고개 드는 밀수 =가격 폭등을 틈타 불법 수입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당수 수입업자들은 수입 과정에서 물량을 적게 신고하는 수법으로 사실상 밀수를 하거나 수입 농산물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비싸게 판다.
관세가 1백%를 넘는 참깨 고추 대두 등이 불법 수입 단골 품목이다.
최근 중국산 참깨 4백50t을 홍콩행 환적화물로 가장해 불법 유통시키려던 농산물 전문 밀수꾼 6명이 적발됐고 서울의 C두부업체는 수입 콩을 원료로 만든 두부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팔다가 덜미를 잡혔다.
마늘 전문 수입업체인 낙원농산 전현흠 사장은 "밀수나 원산지 허위표시 등 불법 수입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수법은 갈수록 지능적이고 전문화되고 있는데 비해 정부 단속은 추석 등 명절 때 일시적으로 이뤄지는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상택.이정호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