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7일 2차에 걸친 회담을 통해 4개항에 합의하는 성과를 얻었다. 양측 모두 첫 만남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다. ◆ 일본인 납치 문제 일본으로서는 고이즈미 총리 방북의 성패를 가름할 최대 관심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우선 현안으로 제시했다. 북측도 "납치한 일이 없다"는 종전의 자세를 1백80도 바꿔 사과는 물론 그간 납치했던 11명의 피해자 가운데 10명의 생사를 확인해 줬다. 생존자는 4명에 불과했으며,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1명을 제외한 6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은 오전에 열린 1차 회담에서 납치사건을 정식으로 인정하고,사과와 재발방지를 직접 약속, 회담을 순조롭게 풀어가는 단초를 제공했다. 김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참으로 불행하고 유감스러운 일로서 솔직히 사과하고 싶다"며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도 이 문제를 조사했다"며 "7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쳐 북한의 특수기관에는 영웅주의, 망동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납치사건이 북한 특수기관원들의 일본어 교육과 남한 잠입을 위해 저질러진 일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의 과제는 사망자들에 대한 사인조사 및 생존자들의 조속한 귀국, 재발방지대책 등이 거론되고 있다. ◆ 핵.미사일 문제 김정일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미사일 발사실험을 2003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기한없이 동결할 것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을 잠재적인 안보위협으로 간주, 정상회담에서 모라토리엄(유예조치)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관철시키는데 성공한 셈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12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안이한 타협을 하지 말도록 고이즈미 총리에게 주문한 점을 김정일 위원장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미사일 발사실험 동결 약속은 미국에 대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양 정상은 또 "한반도 핵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 모든 국제합의를 준수하며,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안전보장상 모든 문제에 관해 국가간의 대화를 촉진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 ◆ 내달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 위원장은 10월중 양국간 국교정상화 교섭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이로써 양국간 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이 2년만에 본 궤도에 다시 진입하게 됐다. 양 정상은 또 "국교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일본은 국교 정상화 교섭에 신중히 임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북한측의 성의있는 태도를 촉구해 이같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고이즈미 총리는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일 관계의 정상화는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과 세계평화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양국 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