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7일 오전 9시15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간단한 의전행사를 시작으로 11시간15분간의 공식 방문일정에 들어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깜짝' 공항 영접은 없었고, 양 정상은 회담 전까지 시종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회담중 김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사건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격 표명, 2시간30여분간의 짧은 회담시간 동안 양측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공동성명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회담장에 카키색 점퍼 차림으로 나타나 고이즈미 총리에게 "반갑습니다"라고 환영의 뜻을 전했으나, '포옹' 대신 악수만 건넸다. 고이즈미 총리도 "초대해 줘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지만, 다른 정상들과 만날 때 두 손을 잡았던 것과 달리 한 손으로 악수에 응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들어갑시다"라며 고이즈미 총리를 회담장소로 안내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회담장 입구 복도의 꽃을 보며 "아름답습니다"고 한마디 건넸을 뿐 별 말 없이 이동했다. 그러나 2차 회담이 끝난 뒤 고이즈미 총리는 두 손으로 김 위원장의 손을 감싸며 악수하는 등 밝은 표정으로 서로 인사를 나눠 오전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