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1:15
수정2006.04.02 21:17
경기도 용인시 구갈2지구 풍림아파트에 사는 강구황(38)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오전 9시30분에 예약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분당 서현동 제생병원까지 가는데 길위에서만 무려 2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집에서 12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길이 안막히는 주말 오후시간대라면 10분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강씨의 황당함은 더했다.
그는 "신갈 구갈 기흥 등에서 분당으로 나오는 왕복 4~6차선 도로 구간에서 내년부터 지하철 분당선 연장구간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지금보다 교통체증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주변에 서울로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전했다.
만성적 교통체증을 겪고있는 분당 용인 등 수도권 남부지역의 교통상황이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전망이다.
분당선 연장구간 공사,분당 백궁.정자지구 주상복합 1만가구 입주 등의 악재가 겹친 것.이 지역 교통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중.대형 평형대를 중심으로한 가격하락 판교신도시 입주때까지 강남 집값의 강세지속 등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대 악재 겹쳤다=지하철 분당선 종점인 오리역에서 수원역까지 18.2km를 잇는 분당선 연장구간 공사가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문제는 최근 아파트 입주가 봇물을 이루면서 이미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있는 오리~기흥 구간의 교통정체가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 지역은 지금도 오전 6시30분을 전후해 아침 출근길 정체가 시작되는 곳으로 러시아워 때는 구갈에서 오리까지 8km 구간을 지나는데만 1시간가량 소요되는 지역이다.
철도청 관계자는 "최종 설계안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하철공사가 시작되면 이곳 도로교통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보다 교통체증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궁.정자지구의 주상복합아파트 1만가구의 입주가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것도 악재 가운데 하나.
내년 2월 정자동 로얄팰리스를 시작으로 이 일대 주상복합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면 용인 및 분당에서 수서동 도곡동 등 서울 강남권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인 분당-수서간 및 분당-내곡간 고속화도로의 진입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 경우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는 용인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 영향=용인과 분당 일부 지역의 중.대형 평형대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를 보이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수지 지역의 경우 교통체증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대형 평형대의 매물이 넘쳐나 약세장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교통이 더 불편해지면 매물이 많아지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가격 약세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이 강남권 수요자를 전혀 흡수하지 못하게 되면서 오는 2007년으로 예정된 판교신도시 입주가 시작될 때까지 강남 아파트값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솔렉스플래닝의 장용성 사장은 "수도권 남부지역의 교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강남지역의 상품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가격강세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