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일회담과 한국의 과제..宋榮大 <前 통일원 차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7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고이즈미간 북·일 정상회담은 2년 전 남북정상회담에 버금가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2시간30분이라는 짧은 회담 시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합의를 이루어냈으며,이것들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도 적지 않다.
이번 합의의 골자는 크게 네 가지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과와 재발방지 다짐,일본의 식민지배 사과와 경제협력 실시,북한의 핵문제관련 국제합의 준수 및 미사일 실험중지, 그리고 오는 10월 국교정상화 교섭재개 등이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나온 것은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고,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조치를 뒷받침할 외부지원이 절실히 필요했던 결과라고 하겠다.
또 일본이 합의를 서두른 배경에는 나날이 하락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의 지지도를 높이고,침체된 경제에 출로를 모색해 보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 같다.
그 결과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이 재개되고,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 지속의지 표명에 힘입어 북·미대화도 멀지 않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향후 북·미 관계나 북·일 관계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북한과의 합의는 구체적 이행계획과 실천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자칫하면 화려한 수사(修辭)의 성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본측은 이번 원칙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세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새로운 차원의 의문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대북정책에 관한 한·미·일의 공조체제가 어떠하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북한문제에서 2선(線)에 있던 일본이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관한 지분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의 사전동의 없이 방북을 결정하는 모험을 자행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될 소지가 있다.
일본은 향후 한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도 독자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한·미·일 3국 공조체제에 균열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제 3국의 역할분담과 입장조율의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둘째,일본의 대북경제원조 규모 내용 방법이 남북경협 및 한반도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사전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일본이 북한에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70억∼1백억달러의 경제 협력이 북한경제를 재건하고 북한을 개방 개혁의 길로 나가도록 할 수 있는 단초 역할을 할 것이다.
반면 일본기술과 자본의 대북러시는 남한기업의 대북진출과 경쟁·마찰관계를 빚을 수도 있으므로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일본의 대북경제협력이 북한의 경제력 향상과 함께 군사력 증강에도 이용될 수 있으므로 이점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셋째,북한 당국은 일본측에 1987년 KAL기 폭파범 마유미(김현희)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던 납치 일본인 이은혜가 사망했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북한당국은 KAL기 폭파가 북한공작원의 소행임을 우리측에 공식으로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
북한당국은 차제에 아웅산사건 등 그동안의 대남도발에 대해서도 어떤 형식으로든 사과하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북한이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시인·사과하면서,동족인 우리 국민의 납치 및 테러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자존심을 해치고 우롱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11명의 납치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끝내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는데,우리 정부는 1만9천여명의 국군포로,7천34명의 전쟁 중 납북자,4백86명의 휴전 후 납북자 등에 대해 사실상 외면해 온 것이나 다름없다.
남북한은 4차 적십자회담에서'전쟁 중 행불자'의 생사·주소확인을 적십자차원에서 다루기로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전쟁기간 중 뿐만 아니라 전쟁 이후 행불자들에 대한 생사·주소 확인 및 송환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ydsong@sookmyu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