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타고 다시 평양 가봤으면" .. 기관사 이순복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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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전 매일 지나다녔던 평양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서 가봤으면 좋겠어."
18일 역사적인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공사 착공식 소식을 접한 노기관사 이순복씨(78.서울 도봉구 창동)는 감격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도 생각나. 좁쌀밭이 펼쳐져 있는 신막과 사과향이 온통 코를 찌르던 황주와 봉산, 말린 북어가 여기 저기 지천으로 널려 있던 원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평양."
이씨는 지난 1942년 조선총독부 산하 철도국에 입사, 경원선과 경의선을 배정받아 분단으로 철도가 끊기기 전까지 서울∼평양간 2백60㎞와 서울∼원산간 2백23㎞ 구간을 거의 매일같이 운행했다.
해방 직후 만주나 북에서 고향을 찾아 열차 꼭대기까지 올라탄 수많은 피난민을 싣고 내려올 때는 '나라를 찾았다'는 환희와 감격에 피곤한 줄도 몰랐으나 해방의 기쁨도 잠시, 미.소 양국의 남북 분할주둔과 함께 경원선과 경의선은 45년9월부터 운행이 공식 중단됐다.
"해방 후 남북이 갈려 운행이 중단될 때만 해도 잠시려니 했어."
이후 서울철도사무소로 배치된 이씨는 46년 겨울 미.소공동위원회 참석차 평양을 방문했던 미군 장교들을 태우고 돌아오던 길에 개성역에 정차했다가 기차 밑에 송판을 대고 몸을 숨긴 채 목숨을 건 남하를 감행한 한 이북 기관사를 발견하고 놀랐던 기억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씨는 지난 83년 초부터 약 2년간 서울지방철도청장을 지낸 뒤 은퇴해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이씨는 "이제 남북 철도가 연결돼서 한국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일관수송체계가 갖춰지면 수송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남북의 경제발전과 통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이씨는 운행 재개시 다시 운전대를 잡아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80이 다 된 몸으로 많은 승객의 인명을 책임지는 운전은 무리지만 승객으로라도 경의선을 타고 휴전선을 넘어 북녘까지 여행하는 통일의 그날이 오면 여한이 없겠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