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雙)바닥,진(眞)바닥,철(鐵)바닥…. 종합주가지수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하기를 반복하는 장세가 벌어질 때 증권가에서 쓰는 용어다. 같은 지수대에 두 번 떨어졌다가 올라오면 그 저점을 쌍바닥,세 번이면 진바닥,네 번이면 철바닥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 700은 철바닥이라고 부르기도 어렵게 됐다. 지난 6월21일 이후 5번째 공격을 받았으나 무난히 지켜냈다. 영원한 지지선은 없지만 지수 700은 최근 롤러코스터 장세의 최저점으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때마침 한국시장의 디커플링(decouplig)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투자자에게 막연하지만 지수 700에 대한 든든함을 느끼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수 700은 왜 철옹성인가=최근 지수를 급등락시키는 주범은 프로그램 매매다. 프로그램 매매에서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증시환경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선물지수 움직임에 따라 기계적으로 주문이 나갈 뿐이다. 기계적인 매매를 하는 상황에서 700을 저점으로 인식하는 투자심리가 나타나긴 어렵다. 결국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얼마나 쌓이고,이것이 어떻게 소화되느냐가 지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지수가 700선에 근접할 때는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즉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물량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곤 했다. 이달 18일만 해도 프로그램매물이 4천억원어치 이상 나오면서 지수가 2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700선이 간신히 지켜졌지만 추가 하락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종우 미래에셋 운용전략실장은 "프로그램 매매가 없었다면 지수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을 것"이라며 "700이 반복적인 저점 역할을 하면서 이 선에 접근하면 개인투자자가 적극적으로 매수에 참여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널뛰기 주가는 언제까지=최근 미국 기관투자가들을 만나고 돌아온 한국투자신탁증권 김한준 리서치센터장은 "대부분 미국 기관투자가는 한국시장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릴린치 타이거펀드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해외변수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디커플링현상이 한국증시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피델리티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지고 아시아시장의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 등 아시아국가에 투자할 때라는 견해를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아직 불안 요소가 많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가능성 등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 이 실장은 "국내기업의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다"며 "전쟁 가능성과 미국시장의 침체 등 해외변수의 불안감이 제거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