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악화의 핵심원인은 OPEC의 감산에서 비롯됐다. 국제유가를 좌지우지해온 OPEC 회원국들은 지난해 세차례에 걸쳐 하루 생산량을 3백50만배럴 줄인데 이어 연초에도 1백50만배럴 감산했다. 지난달 OPEC 회원국들이 불법으로 쿼터(하루 2천1백70만배럴)보다 2백만배럴 이상 초과생산한 사실을 감안해도 1년여만에 국제원유시장에서 3백만배럴 정도의 공급이 줄어든 셈이다. 반면 경기둔화에도 불구,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OPEC이 이번 회의에서 최소 80만배럴의 증산합의를 끌어낼 것이란 기대도 이같은 수급균형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OPEC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뚜렷한 입장차이를 표출했고,결국 증산합의에 실패했다. 증산을 강력 반대한 쿠웨이트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은 현재의 유가가 공급부족보다는 '전쟁프리미엄'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위험이 없으면 OPEC의 목표치인 배럴당 22~28달러선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게 이들 국가의 주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란은 비OPEC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서라도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증산을 반대하는 다수파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OPEC의 증산합의 실패로 유가가 당분간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절기가 다가오면서 수요가 늘어나고,중동지역 긴장으로 선취매가 일면서 원유시장의 수급구조가 점차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OPEC이 전격적으로 증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릴와루 루크먼 OPEC의장도 이날 "유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산유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OPEC은 회의에서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회원국들의 불법 쿼터초과 생산분을 그대로 용인키로 했다. 러시아 노르웨이 등 세계원유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고 있는 비 OPEC 회원국의 증산여부도 관심이다. 생산량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위를 다투는 러시아는 '생산확대'에 비중을 두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