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9일 원유증산 합의에 실패,"수급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전세계 원유생산량은 하루 7천6백만배럴로 수요보다 1백만배럴 정도 부족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연초 배럴당 19달러 수준에서 30달러까지 치솟는 등 국제유가가 올들어 50% 가까이 급등한 것도 원유수급이 그만큼 취약했던 결과였다. ◆증산합의 실패 원인=OPEC내 '강경파' 세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번 OPEC 오사카 정례회담을 앞두고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70만∼80만배럴 증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카타르 등 대부분 회원국들이 '쿼터 고수'를 강력히 밀어붙여 사우디의 주장을 꺾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산 반대국가들은 현재의 고유가가 공급 부족보다는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따른 '전쟁 프리미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위협이 사라지면 유가는 OPEC의 목표치인 배럴당 22~28달러선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OPEC은 그 대신 국제 유가의 급격한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쿼터초과 생산을 용인해 주기로 했다. 또 원유부족시 즉각 쿼터를 확대키로 합의했다. ◆수급 및 유가 전망=OPEC의 생산쿼터 동결에 따른 원유수급 악화로 유가는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원유 성수기인 동절기가 다가오면서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중동 위기가 고조되는 것도 큰 부담이다. 로이터통신은 회담 직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동절기 원유 수요만을 감안해도 국제 유가는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최근의 국제 유가는 증산 합의를 전제,형성됐다"며 "합의 실패로 조만간 배럴당 3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OPEC 회원국들의 쿼터위반 물량이 지난 8월중 하루 2백만배럴에 달하는 등 실질 생산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회원국의 증산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어 유가의 급격한 상승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또 유가가 치솟으면 OPEC이 오는 12월로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쿼터 확대를 결정할 가능성도 높다. 릴와루 루크먼 OPEC 총장도 이날 "유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OPEC이 산유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