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와증권 장희순 전무는 요즘 일손을 거의 놓고 있다. 주요 고객인 투신사들의 주식 매매주문(약정)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 대표적인 법인영업통으로 불리우는 장 전무는 "IMF위기 때 보다 더 어려울 뿐 아니라 수익은 과거 증시 호황기보다 10분 1 이상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증권사간 경쟁으로 수수료는 갈수록 싸지고 투신사 등 국내 기관들의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어서다. 법인 브로커가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운 것은 이제 옛 말이 됐다. 국내증권사 뿐만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들도 법인영업라인을 줄이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 법인영업이 불황을 겪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국내기관의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 올 3,4월만 해도 12조원을 웃돌았던 국내 기관의 월평균 주식거래 대금은 지난달 6조원대로 절반가량 줄었다. 이달들어선 감소 폭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증시침체 탓도 있지만 투신권의 매매 회전율이 낮아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제살 깎아먹기식 수수료 인하 경쟁도 법인영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중 하나. 2∼3년전까지만 해도 0.4%였던 기관의 전화주문 약정 수수료는 요즘 0.1%까지 내려왔다. 특히 사이버계좌도용 사건이 발생한 이후 투신사들은 사이버 계좌를 폐쇄하고 전화주문으로 매매방식을 바꿨지만 증권사들은 사이버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 대한 현대투신 등 이른바 대형 3투신의 증권사 전환도 법인영업 시장의 침체를 몰고 왔다. 과거 대형 3투신은 증권사 법인영업의 최대 고객이었다. 그러나 3투신이 운용사와 판매사(증권사)로 분리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투신운용사들이 모회사인 증권사에 약정을 몰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투신사들은 주식약정을 계열 증권사에 20% 이상 주지 못한다. 그러나 3투신사들은 20%를 모회사에 주고 나머지 60% 정도는 다른 증권사들과 미리 짜고 약정을 주고 받는 이른바 '바터제(barter)'라는 편법으로 이용,사실상 80%를 모회사로 약정을 집중시켜주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법인영업의 위축은 증권사 스스로 초래한 점이 적지 않다"면서 "증시가 폭발적인 호황기로 접어들지 않는 한 불황의 그림자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