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昞琪 지난 1978년 10월 '우리나라가 세계 여섯번째로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는 매스컴의 보도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이공계 출신이기에 남다른 보람과 기쁨이었으며,대학에서 배운 이론이 현장에 적용되는 신비감을 깊이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요즘 '이공계대학을 살리자'는 캠페인이 국가적 이슈로 자리잡아가고 있고,이공계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화두가 등장하고 있다. '졸업장이 쓸모 없다' '신규 채용인력 재교육을 위한 사회비용만 늘어간다' '설계도면 앞에 서면 눈앞이 캄캄'등의 화두는 공과대학 산학협동 교육의 문제로부터 야기된 것들이다. 공과대학 교육은 수십 내지 수백개의 산업현장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이론을 집약하며 습득·훈련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산업은 이들 이론 중 일부를 사용해 제품생산을 위한 프로세스를 개발·설계·운영하여 최적의 경제적 제품을 생산하는 데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학부교육과 산업현장의 기술을 어떻게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공과대학 산업협동교육의 성패가 좌우된다. 산업현장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세계 일류대학인 미국의 MIT 졸업생을 현 환경조건의 우리나라 산업현장에 투입했을 때 업계에서는 이 신입사원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반문해 보면 우리 기업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이론이 각 프로세스에 적용되는 과정과 생산에 응용되는 방법을 자세히 교육·훈련시킬 시스템이 책자로 구축되어 있는가와 교육프로그램이 얼마나 세련되게 정비되어 있는가에 따라 신입사원의 현장 적응기간과 능력발휘 정도가 현저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대학의 문제점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어떤 현상에 접했을 때 그 상황을 이론적 체계적으로 분석ㆍ해석할 수 있는 기초교육이 매우 부실하다는 것이다. 연구실적과 연구사업수행 등이 교수업적 평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학부의 기초교육을 기피하는 풍조가 확산되고,학부교육에서는 시행하지 말아야 할 대학원 과목이 다뤄지는 것도 학부 기초교육의 부실화를 조장하고 있다. 기초실력이 튼튼할 경우 현장 적응교육이나 전공변경교육은 용이하게 수행될 수 있으며,교육을 받는 수혜자 역시 빠른 시일 안에 자기 환경에 적응하고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부는 해마다 산업인력 수요예측과 대학의 인재양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지금까지 그 수요와 공급을 비슷하게나마 예측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산업의 발전 속도를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산업의 부침 또한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환경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기초실력이 튼튼한 인재를 양성하게 되면 산업현장의 인력 공급 문제는 상당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은 3학년 1학기까지 기초교육을 철저히 수행한다. 3학년 2학기부터는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교육과정을 몇개 단위로 구분하고,산업현장에 투여될 엔지니어 지망생을 위해서는 이론과 현장 프로세스의 연계과정에 대한 교과과정을 설계나 실 예제를 통해 운영하는 것이 산학협동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산업현장의 기술자를 교육과정에 동참시키고,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내용을 맞춤교육식으로 대학의 교과과정에 반영시키면 산학협동의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지난 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풍토가 바뀌면서 '나만의 기술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되고,내용 있는 현장교육과 기술연수의 의미가 퇴색한 측면도 없지 않다. 대학교육의 산학협동문제는 우선 열린 마음과 사고가 필요하고 대학과 기업간 상호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진정한 토론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대학교수가 산업현장에서 발전해 가는 산업기술교육을 이수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고,산업현장의 CEO(최고경영자)가 대학에서 첨단이론을 습득하는 상호간의 신뢰가 구축될 때 대학과 산업체간의 진정한 산학협동은 그 꽃을 피우기 시작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