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국감단 파리까지 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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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23일 '한국문화축제'가 성대히 개막된다.
프랑스 문화부장관이 참석하는 올 프랑스 가을축제(festival d'automne)에 한국은 주빈국으로 모두 45회의 다양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한·불 수교 이래 최대 규모의 한국문화행사를 앞두고 한국대사관과 문화원은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또 12월 초로 예정된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앞두고 여수해양박람회 유치를 위해 득표활동에 여념이 없다.
이런 와중에 지난 주 국회 국정감사단이 한국대사관과 OECD 대표부를 상대로 업무현황을 보고받았다.
한국공관은 지난 해 국회 국정감사를 받았으며,올해 초에는 감사원 정기감사를 받았다.
그런데도 국감단은 겨우 1주일 전 파리에 들러 업무 브리핑을 받겠다고 통보해 왔다.
통보를 받은 직후 대사관 관계자들은 즉각 다른 일손을 멈추고 국감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비록 정식 국정감사가 아닌 '업무 보고'라 해도 일의 강도와 시간 투자는 국감과 다를 게 없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다른 주재국 인사들 및 현지언론들과 만나기로 돼 있던 모든 약속을 취소했다.
그런데 업무 보고를 요청한 국감단은 당일 설명회장에 30분이나 늦게 나타나는 '여유'를 부렸다. 이날 1시간 정도 계속된 업무보고에는 문화원을 포함해 총 30여명의 전 주재원이 참석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문이나 관심은 한마디로 수준 이하였다.
'한국에 보고서를 보낼 때 e메일을 월 평균 몇회 이용하는 지'와 '프랑스의 근로시간 35시간 개선안 관련내용을 서면보고해달라'는 지시를 하고 떠났다.
물론 '국가 이미지 향상과 세계박람회 유치에 노력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 이미지 개선과 박람회 유치 활동을 돕고 싶었다면,이렇게 바쁜 시기에 파리를 방문하지 않았어야 했다.
프랑스를 거쳐 다른 국가를 가고 싶었다면 주 프랑스대사와 개인적 비공식 오찬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단의 파리 방문은 우리 정치의 권위주의적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란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