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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바보 만드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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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근무 2년 만에 잠시 돌아와보니 나는 바보가 되어 버렸다." 서울 사대문 안의 직장생활 15년을 넘긴 선배 X씨가 푸념처럼 한 말이다. "가진 동산·부동산 모두 합쳐봤자 강남의 중형 아파트 전셋값도 마련하기 어렵다"며 그는 "어떻게 사회가,정부가 이렇게 개인에게 낙담을 안겨줄 수 있느냐"고 열을 냈다. 비단 X씨뿐이 아니다. 요즘 "눈 멀쩡히 뜬 채 '바보'가 됐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붙은 아파트 투기열풍에 대해 정부가 세무조사와 기준시가 인상 등 응급 진화에 나섰지만,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선 '배신감'과 '상실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번 국감에서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소득이 낮은 아래쪽 20%가 낸 세금은 지난해 월평균 1인당 1만1천6백75원.반면 상위 20%의 세금은 26만7천70원이었다. 격차는 23배,3년전 17배에서 더 벌어졌다. 저소득층의 세금은 줄었고 고소득층은 늘어났으니 과세가 공평해졌다고 자위해야 할까. 직접 소득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구조조정에 따른 불가피한 부산물이라고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 강남 등 최근 1∼2년 사이 폭등한 일부 지역의 집값을 보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과연 무엇을 남겼는지 반문하게 된다. 물론 최근의 집값 폭등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아직은 속단하기 이를 수도 있다. 거품이 빠지면서 기분 좋았던 이들에게 더 힘든 고통을 안겨주는 자산디플레이션으로 발전될지,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다른 물가상승까지 한껏 부채질하게 될지 단언키 어려운 국면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후유증은 결코 만만찮을 게 분명하다. 중산층·서민들의 지지로 당선된 현 정부가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씁쓸함을 떨치기 힘들다. 전임 정부가 '외환위기'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전국민들에게 골고루 한방 먹인 셈이라면,현 정부는 서민들을 가장 많이 울린 정부로 평가받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서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얻은 현 정부가 서민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줬다면 분명 아이러니다.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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